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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정중동(靜中動) | ② 매년 속는 남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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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6-01-23 11:46 조회2,7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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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靜中動)


- 윤형근
-


요즘은 거울을 자주
보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거울을 의식한 적은 없었고 크림도 발라 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아침에 그 동안 묵혀 두었던 크림을 얼굴에 바르기도
한다. 늙어 보인다는 몇몇 사람들의 말에 약간 충격을 받은 탓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삶을 불‘살아가는’ 것이다. 즉 주어진 시간을 태워나가는 일이다.
다 타면 한번의 삶이 끝나는 것이리라. 육신에서 점점 뚜렷하게 모래시계가
드러나는 것이 보인다. 마음이 더 투명해지면 이 모래시계는 더 투명하게
보일 것이고 이른바 ‘나’라는 시한폭탄의 정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다.


큰스님을 가끔 함께
찾아 뵙는 평소 존경하는 분이 회사를 사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친절함과 겸손함 지성 등의 여러 면을 항상 존경해 왔다. 아마도 불교
수행에 깊이 몰입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신 것 같다. 삶의 큰 서원이
다 성취되기를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 드린다.


이 일을 계기로 나를
돌아보면서 내가 비록 소시민적인 생활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얼마나
행운을 누리고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관대하고 자유로운 직장에서
시간적으로 여유있게,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하고 있는 일이 암환자를 치료하는 일이므로 그 일 자체에 정진하는
것이 수행의 한 길이 될 수도 있으니까.


효과적인 치료를 하지만
첨단기계와 과학의 힘을 이용하므로 외과의사처럼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지는 일도 없다. 또한 큰 변화나 도약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특별한
경제적 동기나 이윤을 추구하지는 않아도 되는 입장이므로 양심과 성심으로
환자를 대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으므로 수행 정진과 병행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세속적인 욕망 추구에 불과할 지도
모르지만 많은 여행과 탐험을 통해서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다.


불교에서는 어려움이나
불운을 자신의 업보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일면 업보를 지우는
기회로 생각해서 기꺼이 받아들이는 면도 있다. 반면 행운이나 편안함을
빚을 지는 것처럼 두려워한다. 잘못 누릴 경우에 그 댓가를 크게 치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이 번뇌로부터 벗어나 조용해지면
인과응보의 마음작용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처한 이러한 좋은
여건들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근년에 내 직장에 대해
약간 답답함도 느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다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나태하고 잘못이 많은 생활로는 이 행운이 크나큰 업보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업보를 두려워하는
마음보다도 더 깊은 진심으로 여러 가지 갈망이 생겨난다. 삶의 외나무다리에서
나를 만나는 모든 환자들을 부처님 말씀 그대로 ‘부처’로 모시고 싶다.
너무나 결함이 많은 성격과 나태한 생활태도에 젖어 있지만 조금씩이라도
고쳐나가고, 할 수 있는 한 ‘戒行’을 지켜 나가고 싶다. 나름대로
열심히 참선 흉내를 내어서 ‘禪定‘을 얻고 싶다. 늙어 가는 얼굴에
싱싱함이나 아름다움이 돌아 올 수는 없겠지만 내면의 밝음과 조화가
드러났으면 좋겠다. 물론 얼굴모습이라는 ‘相’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착하고 좋은 가족, 친구, 사회인이 되고 싶다.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모든 모양 있는
것들은 다 헛된 것이다.


모든 모양들이 본 모양이
아닌 것을 알게되면


바로 부처님을 보게
되리라.



매년
속는 남학생


- 김은희
-


만우절 날 아침 교무실
복도에서 한 남학생이 서성이다가


“저 부르셨어요?”하였다.
순간 나는 웃음이 나왔다.


지금 이 남학생은 3년째
애들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같은 방법으로 . . .


그래서 마침 갖고 있던
오렌지를 하나 주었다.


“응 오렌지 주려고.”


그러면 나는 어떠한가?
나도 계속 속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나 자신에게
항상 같은 내용으로 . . .


그러므로 어제도 그러하고
오늘도 또한 그러하여 진일보가 없으니 매일같이 같은 모습이다.


내년에는 그 남학생이
이곳에서 속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월의 변함을 인식하면서


나도 나의 경계에 빠져서
스스로 속아 버리는 일을 그만 두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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