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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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명석, 유쾌하게 읽는 불교 작성일05-12-28 20:23 조회4,534회 댓글0건본문
♣ 천도재의 의미
불교의 세계관에서 볼 때 삶이란 현재의 일평생 인생살이로 끝나지 않는다. 생과 사로 모습을 바꾸면서 숱한 사물이며 사건과 인연관계를 형성하면서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기에 죽음도 또 하나의 삶의 연장선이다. 생사가 일여(一如)한 것이다. 그래서 불교의 중생구제를 위한 교화활동은 죽은 사람에게까지 미친다. 죽은 사람을 위한 교화활동이 천도재(薦度齋)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천도재란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의미하는 영가(靈駕)를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재례(齋禮) 의식으로서, 죽은 사람이 생전에 지었던 모든 악업이나 원한 관계 등을 해소하고 죽은 이가 본래의 청정한 마음을 회복하여 좋은 곳에 태어나도록 돕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람의 마음에 맺힌 응어리와 집착은 무섭다. 상대방이 나에게 무심코 던진 말일지라도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가 된 경우, 그것이 응어리로 남아 속상해하면서 절치부심하게 된다. 사소한 말도 이러할진대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이나 부당한 행위, 배반과 모멸에 대해선 더욱 그러하다. 그러한 것을 화해와 용서로 풀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집착할 때 응어리로 남아 언젠가는 복수할 기회를 엿본다. 죽어서까지 말이다.
특히 죽고나면 응어리만 남는다. 죽은 사람에게는 인정도 사정도 체면도 없다. 살아 있을 때 일가친척이요, 부모 자식 간의 관계였다 하더라도 섭섭한 생각이 응어리로 남아 있을 경우 그 해(害)가 생전에 가까이 지냈던 혈육이나 사람들에게 미치기도 한다. 살아 있을 때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든가 인간으로서의 도리라든가 사회적 위치 등등에 얽매여 섭섭한 마음을 쉽게 표하거나 그것을 행동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죽음으로 사별한 마당에 인간 세상에서의 그런 관계는 까마득히 잊혀진다는 얘기다. 그 정도로 영가는 단순해진다.
이렇게 생전의 섭섭한 생각이나 원한 관계, 모멸감들이 응어리로 남아 그것이 살아 있는 기운이 되어 영가를 움직인다. 따라서 그 맺힌 응어리를 해소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가는 이곳저곳을 헤매며 복수를 한다. 이유없이 가정에 커다란 환란이 닥치거나 원인 모를 심각한 병에 걸리는 경우는 대다수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럴 경우 영가의 맺힌 한을 풀어주고 편한 곳으로 가게끔 천도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그 영가는 반드시 천도를 해준 사람을 돕기 마련이다.
사람이 죽으면 다시 태어날 때까지 아주 미세한 잠재의식이 살아 있어 움직이게 된다. 일종의 생명의 뿌리인 셈이다. 그것을 불교 용어로 ‘중유(中有)’라 한다. 이 중유의 상태에 있을 때는 그 식(識)이 맑아 진리를 일깨워 주면 평상시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천도재를 거행할 때는 영가들에게 무상계(無上戒)를 설하여 죽음은 자연적인 현상이니 집착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부처님 말씀에 따라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내어 아미타 부처님의 국토에 왕생할 것을 권장한다.
천도재를 올리는 사람들은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 그처럼 지극지순한 상태에서 영가들이 좋은 세상에 가시도록 불보살님께 간청해야 하고, 떠나는 영가들에게 정성어린 음식을 베풀어야 한다.
● 천도재의 종류
천도재라는 이름으로 단독으로 재를 올리기도 하지만, 천도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사십구재, 우란분재, 수륙재, 영산재 등이 천도재의 범주에 속한다.
이밖에 개별적으로 집에서 올리는 개인 천도도 있다. 아미타불이나 지장보살을 염하면서 천도를 비는 염불천도, 『금강경』이나 『아미타경』, 『지장경』등의 경전을 읽으며 천도를 비는 독경천도, 경전을 정성스럽게 베껴 쓰면서 천도를 비는 사경천도 등이 그것이다.
● 사십구재(四十九齋)
망인 사후 49일 되는 날에 지내는 재. 사람이 죽고 나서 49일 사이에는 중유(中有)에 방황하여 어느 곳에도 전생(轉生)하지 않으므로 이 기간에 죽은 자를 위하여 재를 베풀고 공덕을 쌓게 한다.
● 우란분재(盂蘭盆齋)
백중일에 행해지는 선망 부모와 조상님들을 위한 재. 우란분재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명인 목련존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아귀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음력 7월 15일 하안거 해제일에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재를 베푼 것에서 기인한다.
현재의 부모와 7대 선망 부모를 위해서 공양을 올려 그 공덕으로 부모 및 조상 영가의 고통을 없애주는 것을 우란분재라고 한다.
● 수륙재(水陸齋)
수륙재는 물이나 육지에서 방황하는 원혼과 아귀에게 음식을 공양하여 그들을 천도하는 의식이다. 중국의 양나라 무제가 꿈에서 ‘수륙재를 베풀어 원혼을 제도하는 것이 공덕의 으뜸’이라는 고승의 말을 듣고 지공(誌公)이라는 신하에게 <수륙의문(水陸儀文)>을 짓게 하여 재를 지낸 것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광종 때 수원의 갈양사에서 혜거국사가 최초로 지냈다고 전해진다.
● 영산재(靈山齋)
영산재는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제자들과 모여 설법하던 영산회상(靈山會相)을 상징화한 법회이다. 이 법회를 통해 영혼을 발심시키고 불법에 귀의하게 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인도한다.
♣ 천도재의 절차
● 시련(侍輦)
영가와 불보살을 맞이하는 일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영가만 맞이하는 형태로 굳어졌다. 문 밖에 나가 위패를 연(輦, 가마)에 모시고 들어온다.
● 대령(對靈)
영가에게 간단한 다과를 대접하며 휴식을 취하게 하면서 불보살님께 인사시킬 채비를 갖춘다.
● 관욕(灌浴)
영가가 지은 생사업보의 때를 씻는 것을 말한다. 관욕실에 위패를 모셔다가 세숫대야를 가져다 놓고 목욕에 따르는 여러 가지 진언을 외움으로써 목욕의식이 끝난다. 이렇게 영가를 목욕시킨 다음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청정한 마음으로 불보살님을 뵙고 법문을 들을 준비를 갖추게 하는 것이다.
● 신중작법(神衆作法)
영가가 불보살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 만남의 장소인 도량이 청정해야 하므로 수호선신(守護善神)들을 청하여 도량을 수호하고 청정하게 하는 의식이다. 전통적으로는 이때 범패를 창(唱)하고 바라춤을 추었다. 요즘은 이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 상단권공(上壇勸供)
불보살님이 계신 상단에 설법을 청하며 공양을 올리는 것. 여기서는 천도받을 영가가 불보살님께 나아가 예배와 공양을 올리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식을 행하게 된다. 이 상단권공을 가리켜 요즘은 불공(佛供)이라고 한다.
● 시식(施食)
영가에게 법식(法食)이나 음식을 베풀어 배불리 먹고 왕생토록 하는 의식이다. 법식에는 관음시식(觀音施食), 화엄시식(華嚴施食) 등이 있다. 법식이란 각 불보살님들께 위탁하여 생사해탈을 위한 법의 음식을 베푸는 것을 말한다.
● 봉송(奉送)
시식을 마친 뒤 영가로 하여금 삼보(三寶) 전에 하직인사를 드리게 한 후 반야용선(般若龍船)에 태워 극락세계로 인도한다. 이때 천도재에 참여한 모든 대중이 함께 법성게(法性偈)를 외우면서 영가를 전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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