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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호주에서 맺은 새로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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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련화 작성일06-01-23 11:00 조회3,0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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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에 일주일간 호주
멜번(Melbourne)과 시드니(Sydney)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기간 중
빡빡한 일정과 연속 회의로 저녁마다 호텔방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나가
떨어졌다. 그간 많은 출장 중 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 항상 외국에만
나가면 활기로 가득 차 지칠 줄을 모르던 내가 아니던가?


분에 출장 내내 신행생활은
갈팡질팡하며 엄두도 못 내었다. 가끔 관세음보살을 되내일 뿐 초보
불자의 티를 팍팍 내며 항상 잊고 살았다. 아니, 놓고 살았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여여(如如)한, 간절한
신행생활은 내가 너무도 소망하는 바이나 아직 현실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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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의 출장 업무 후
일행을 공항으로 먼저 보내고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간 많이 힘들었다.
이제 나만 남았다. 호주 하늘 아래 수련화(秀蓮華)가 혼자 남았다. 아침에
호주 시내의 미술관과 공원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하다가 기차 시간에
늦지 않도록 오후 12시 30분 경에 센트럴 역으로 가서 금붕어 보살님께서
일러 주신대로 표를 끊고 시간표를 받아 읽어본다.


혼자 떠나는 길은 항상
설레임과 긴장이 교차하기 마련이다.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아 상념에
잠긴다. 예정시간대로 1시가 조금 넘으니 기차가 떠난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창 밖 풍경. . .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


어느덧 시드니를 벗어나니
드넓은 시골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복잡스러운 삶에 익숙한 나는
이러한 평온함이 좋다.1시간 45분 정도를 가니 드디어 와이용(Wyong)
역. 기차에서 내려서 개찰구로 다가간다. 다정한 인상의 보살님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이 분이시구나!’ 한번도 뵌 적이 없었으나 금새
짐작이 되는데 보살님께서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신다.그때야 내가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겠다. 시드니도 아니고 호주의 평온한 한 마을에
보살님을 못 만났다면 나 혼자 덩그라니 있게 되는 셈인데 난 하나도
걱정을 안 했었다.


축서사 소식지에서
글을 통해 몇 번 뵈었을 뿐이었는데 그냥 정겨웠고, 호주 출장 가기로
결정되었을 때 한번 뵈면 좋겠다 했었는데 지금 난 그분 댁으로 향하고
있다. 그것도 1박 2일로...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막상 보살님을 뵈니
걱정이 된다. 그러면서도 설레임은 더더욱 커진다. 어떤 분들이신지,
어떤 곳인지... 쌍둥이들도 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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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던 참선방도
보고 싶고...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보살님이 예전부터 알고 있던
분 같이 너무도 편하다는 것이다. 보살님 차를 타고 3, 40분을 달리니
드디어 농장에 도착한다. 영화에서나 본 듯한 풍경이다. 농장을 지키는
귀여운(?) 감시견들과 코벳이라고 불리는 말도 보았다. 그 중 ‘이기’라고
불리는 강아지는 처음에는 조금 경계하고 한두번 짖더니 금새 친구가
되어 팔짝팔짝 뛰어오르며 안긴다


직접 설계해서 지으셨다는
집을 안내 받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그렇게도 보고 싶던 쌍둥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 스쿨버스가 바로 집 앞에 내려준단다. 보살님과
마중 나간다. 실제로 본 쌍둥이 코딜리아와 에밀리아는 사진에서만큼이나
예쁘고 천사같다. 물빛 요정같다고나 할까. . . 수줍고 책을 파고드는
코딜리아와 활달하고 붙임성 있는 에밀리아와 산책을 하고 사진도 찍고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농장의 감시견들과
말에게 밥을 먹이며 보살님께서는 농장의 질서, 동물세계의 질서 체계에
대해 말씀해주신다. 정해진 식사 시간에 연장자 순으로 식사가 나가고
각자 지켜야할 담당 구역이 있다. 그 질서가 깨지면 농장의 평화도 깨진다.
새 식구가 농장에 들어오면 기존의 질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농장에 새 식구를 들일 때의 절차 또한 너무도 까다롭다. 새 식구는
그 질서에 순응해 나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응을 하지 못 하게 되어
결국 자신과 농장 전체에 혼란을 주게 된다. 질서가 깨진다.이 엄연한
현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평화로운, 아니 평화로워
보이는 농장의 모습은, 그 질서 유지로 인해서만 가능하다. 엄연한 현실이다.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온 나는 그 새삼스러운 자각에 몸을 떤다. 우리
사람들의 세계는 어떠한가? 진리가 무엇이고 세상은 무엇을 기반으로
해서 움직이는 것인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만치 달려나간다.
그 생각을 잡아당겨 붙잡는다. 다시금 와이용에 있는 나를 본다.


보살님댁에서 1박 2일을
보내며 기운을 되찾았다. 그 인연에 얼마나 감사한지. . . 불법을 만나
감사하고 불법을 통해 알게 된 우리 도반들과의 인연에 감사하다.보살님과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조금씩이나마 서로를 알아간다. 각자의 축서사의
인연과 스님들 이야기, 그간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한국을 이야기 한다.
그 분의 한국에 대한 사무친 사랑을 말하고 같이 즐거워하고 아파한다.
막아놓은 댐의 물을 열어놓은 듯이 쏟아져 나온다.


한참이 지나 밤이 왔다.
드디어 시드니에 출장을 갔던 마이클씨가 돌아오셨다. 참 좋은 인상이시다.
말이 많지 않으시나 많은 말을 전달해주시는 분. . . 이 얼마나 기묘한가?


그리고는 우리 모두는
한국과 포르투칼 월드컵 경기를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응원을 한다.
계속 나오는 옐로우, 레드 카드에 흥분을 하고 한국팀의 소중한 한 골에
환호성을 지른다. 16강 진출이다!!! 환호성~ 기뻐한다, 머나먼 곳 호주에서.
그리운만큼 고국을 바라본다.


경기 후에는 같이 축서사
홈페이지로 들어가 글을 읽고 곧 보살님은 정진방의 회원이 되셨다.
가입인사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나니 마음이 한결 유쾌하다. 1시 반쯤
잠자리에 들었으나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가 나를 감상적으로 만든다.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늦잠을
잤다.


손님이 영 불량이다.
그만큼 난 그곳을 편하게 느꼈다. 전날 나는 ‘참선방 보고싶어요! 소식지
사진에서 봤었는데 많이 기다려집니다.’ 하고 보살님께 말씀드렸었다.
보살님께서는 참선방은 새벽에 맑은 기운에 보는 것이 제일 좋을거라
답변해주신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그 무엇이든지 처음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그 첫인상이 달라지며 인연이 지어진다며. . .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소중히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이 아침. 보살님께서는
최후의, 최적의 시간을 기다려 참선방을 드디어 보여주신다.나즈막한
나무문을 여니 천장이 유독 낮은 방이 너무도 익숙하게 다가온다. 맑은
기운, 맑은 향기가 다가온다. 말을 잊은 듯 말을 멈춘다. 적어도 잠시동안은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느껴본다.


불상, 그림, 사진,
향(香), 단주, 다기(茶器), 차(茶)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정겨운 대상들이
참선방에 인연을 두고 있다. 곧바로 차담이 시작된다. 보살님과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호주 이야기, 교포 이야기, 보살님 이야기, 내 이야기,
한국불교, 세계불교, 호주의 불교, 축서사, 축서사와의 인연, 사업차
중국에 가셨던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의 인연, 시드니에 위치한 정법사,
해외포교, 보살님의 축서사 방문, 마이클 처사님의 2000년 축서사 하안거
동참 이야기, 큰스님 그리고 축서사 스님들 이야기. . .


몇 시간이 가도록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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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사람들이
‘불교’와 ‘축서사’라는 인연으로 만나 지치지도 않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며 이야기 꽃을 피워낸다. 그러면서도
대화는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다.난 포교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분들이 불연(佛緣)에 닿아 서로 다독여가며 살아갈 수 있을지,
그래서 정법(正法) 안에서 살아가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에
많은 관심이 간다.


물론 내가 먼저 공부가
되어야 한다. 내가 바로 서지 않고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축서사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국내 포교와 해외 포교에 있어 조금이나마 이바지를
하고 싶다. 호주 내에서도 불법을 알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
야하는지 몰라 헤매이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이는 호주만의 상황은
아닐 것이다.오후 한 시가 조금 넘었을까? 공항 가는 시간을 고려해
대화를 끝내며 잠시 참선방에서 기도를 하고 싶다고 말씀 드리니 보살님은
흔쾌히 허락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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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지 않다.
관세음보살도를 바라보며 108배를 드린다. 송글송글 딱 기분 좋게 땀이
배인다. 그리고 그 방에서 가진 혼자만의 108배가 날 더욱 편하게 만든다.
가볍게 108배를 끝냈다.


점심식사를 하고 서둘러
짐을 챙긴다. 기차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처사님, 보살님 모두 말리신다.
보살님 왈, “마이클 처사가 태워줄 테니 가는 동안 불교 이야기, 축서사
스님들 이야기를 들려주면 되잖아요.


” 맞다! 마이클 처사님과는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쌍둥이들과 보살님과 사진을 찍고
농장을 나선다.마이클 처사님은 참 배울 점이 많다. 잔잔한 말소리 그리고
수줍으신 웃음. 참선을 시작한지 30년 정도 되셨다고 한다.(내가 태어났을
즈음에 시작하셨다는 말씀. . . ^ ^) 그분과 공항을 가면서 나누었던
대화가 맘을 따스하게 한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불교와 이곳에서 바라보는 불교는 시각이 많이 다르다. 이제껏 ‘한국불교=불교’라는
공식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는데 다양한 나라의 불교 이야기와 수행법에
대해 들으니 낯설다. 세계불교속의 한국 불교가 되어버리니 적지않이
당황을 하게 되는 면이 있다. 이제껏 내자신의 시각에 많은 제한이 있었음을
느끼겠다. 허나, 진리는 하나이고 결국 이 모든 강줄기는 불법(佛法)이라는
넓은 바다로 통하니 어느 지역, 어느 나라의 불교든지 문제가 없겠다.


서울에 돌아와 내 생활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원점은 예전의 원점이 아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금 확신을 얻는다. 내가 불자인게 얼마나
감사한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 .지금 이 자리에서 두 분 부부를
다시금 떠올린다. 소박하고 아름다우신 분들. 이번 방문으로만 끝나는
인연은 정녕 아님을 그분들을 처음 보면서 느꼈다. 두 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 많은 선연을 만나게 되리라. 힘들 때 서로서로 용기 복돋우어가며
불향(佛香) 가득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불법 안에서 참나를 깨닫는
우리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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