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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된장 사 가시는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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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글|김용숙 . 삽화|박병국 작성일06-01-23 12:28 조회3,2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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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다녀왔습니다


"딸아이가 들어오면서
“엄마! 신행수기 다 쓰셨어요?”라고 묻는다. “아니, 아직”“엄마,
엄마는 저보다 의지가 약하신가 봐요, 저는 학원에 가서 밤 12시가 넘은
이 시간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오는데, 바쁘신 건 알지만 힘 내세요.
지금부터 엄마가 글을 쓰시면 제가 컴퓨터로 워드를 쳐 드릴께요.


”중학교 2학년인 딸의
말을 듣고 나니 졸린 눈이 번쩍 떠졌다. “그래, 엄마도 열심히 할께.”내가
한 장씩 글을 쓸 때마다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원고를 가지고 가서
워드를 쳤다. 컴퓨터에 앉아있는 딸아이가 마치 부처님처럼 보였다.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 무얼 하고 살았나? 보여지는 것은 손가락
새로 새나가는 모래알 뿐이다. 부처님께서 마음자리에 복 지으라 하셨는데
내 마음속의 자리는 모래알만 하다.


나는 몸에 살이 찌면
돈 들여서 헬스, 에어로빅, 수영으로 체형을 유지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면서도 마음의 비만을 없애고 정신을 키우는 일엔 그동안
방관하는 자세로 지냈다. 비대해진 몸과 마음을 체중계 위에 가만히
올려놓는다. “앗! 부처님.” 위험수위를 넘은 지 이미 오래 되었다.
치사량에 가까운 비만증. 『금강경』을 다시 읽는다.


여시아문 하사오니
일시에 불이 제사위국기수급고독원하사 여대비구중 천이백오십인으로
구하시다. 이 시에. . .올해 금강경독송회 통합법회에서 들은 법문이
가슴속에서 되살아난다. “아상을 닦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금강경독송회는 『금강경』 7독 수행과 부처님을 공경하는 공덕으로
아상을 닦는 단체입니다. 부단한 수행과 하심 하는 마음이 서지 않으면
자기를 낮출 수가 없습니다. 하심을 해야 복도 지어지지 아상이 높으면
공덕도 없고 복도 줄어듭니다. 한마음으로 부처님 시봉 잘 하시길 발원합니다.


”새해 첫날 기운을
내서 정진 수행하라는 스님의 당부말씀이 뼈와 살과 마음에 가득 차
올랐다. 부처님 전에 복을 지어 올리고 마음을 닦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작복(作福)’을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여 본다. 내가 ‘복’이란
걸 체감하게 된 것은 1년 전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학교 공개수업에
갔었다.“자 여러분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적어
보세요.”선생님께서 아이들의 활동을 지켜보시다가 아들의 그림을 컴퓨터
화면에 올려놓으시고는 “와 우리 반에서 키가 제일 큰 준상이가 된장국을
좋아하는구나! 여러분! 피자, 치킨, 불고기만 너무 좋아하지 말고 준상이
처럼 된장국도 잘 먹어야 건강해 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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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 아들 모습이 유난히 의젓해 보였다. 그 날 아이에게 관심이 많은
신세대 엄마들이 준상이에게 된장국을 어떻게 끓여주고, 어디서 사느냐는
등 여러 가지를 물어왔다. 그러나 나는 사실 된장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인스턴트보다는 신토불이를
먹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된장국을 끓여 줬을 뿐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아들친구
엄마들 극성에 독송회 된장을 구해다가 한 집 두 집 갖다 주게 되었고,
금강경독송회 메주 불사에 동참한 수자님께 들은 금강경 메주 이야기도
함께 전해 주었다. 수자님의 메주 이야기는 이러했다.“‘금강경메주’는
금강경 독경과 정진을 하는 수행자들이 새벽 공부를 마치고 만들기에
‘금강경 메주’라 합니다. 콩 상태에서 메주로 완성되기까지 독경과
정진으로 메주가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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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자들은 시주에
의존하지 않고 메주 불사를 하여 자급자족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고
결식 아동 돕기도 합니다.


이른 새벽에 우리 콩의
구수한 내음이 도량과 200개가 넘는 장독대에 고루 퍼지게 되면 장작불을
약하게 조절하고, 가마솥에서 뜸이 든 콩을 소쿠리에 떠내어 물기를
빼내고 분쇄한 후, 나무틀에 찍어내고 바람이 잘 드는 하우스에서 1차
건조시킨 뒤, 흙방으로 옮겨 20일 건조시킨 다음에 띄움방에서 33도를
유지시켜 줍니다.


계속 금강경 독송과
정진테이프를 틀어 주며 완전히 발효 될 때까지 온 정성을 다 한답니다.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은 메주를 아랫목에 모셔놓고 당신이 쓰시던 깨끗한
이불을 덮어 띄우면서 정성을 다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다음
천연 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숙성·건조시켜 만들고 있습니다.


”이이야기를 마친
수자님은 두 손을 모으고 부처님께 공양 올린 메주라서 수행하시는 분들이
콩 한 알 한 알에 정성을 다했다며 인연 있는 불자들이 『금강경』을
수지 독송하고 부처님 시봉을 열심히 하길 발원하셨다. 요즘 수입 콩에
황국균을 주입시켜 열건조 시킨 메주로 만든 된장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떠올라 한겨울에 만드는 무공해 메주 이야기가 가슴속에
와 닿았다. 그래서 사찰의 법향이 담긴 토종 된장을 내 아이만 먹일게
아니라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과 결식 아동들에게 따뜻함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친구 엄마 덕분에
된장을 사겠다는 이웃들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토종 된장을 전해주고
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느껴졌다. 난 이 기회에 많은 분들이 하시는 일에 동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여러 사람을 겪게 되다 보니 잘난
아상에 슬슬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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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예요? 수입꺼
아니에요? 뭘 섞었나요?”저 사람이 날 뭘로 보고 저러나 하면서 초
간격보다 더 빠르게 치밀고 올라오는 진심 때문에 몸과 마음은 숯덩이가
되어 갔다.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내 마음은 개처럼 말하는
사람을 보면 개를 따라가고, 고양이처럼 말하는 사람을 보면 고양이
흉내내고, 여우인데도 여우가 아닌 척 하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따라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다보니 마음 보는 것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열심히 직장이나 다니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는
것도 버거운데 내 팔자에 무슨 복을 짓겟다고 이렇게 살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선업을 지어보겠다고
시작한 일이지만 그냥 모든걸 놓고 집에 오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내 부처님 시봉 잘 하길 발원하며 원을 세웠다. 원을 세우다 보니 이
고통의 원인은 부처님 전에 복 짓겠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남보다 잘해서
생색 내 보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순간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다. 그 때 그 자리에서 바쳐내지 못한 마음을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에 <금강경>을 읽으면서 속이 상한 모든
마음을 부처님 전에 올렸다. “


금강반야바라밀경 여시아문
하사오니 일시에. . . “경전을 읽는 것이 졸립고 힘들어서 읽기 싫은
마음이 났다. 그런데 그 마음을 바치고 또 바쳐 집중하다보니 지혜가
열리는 것이 선명해지고 몸에 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바빠도
부처님을 생각하고 경전을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 참된 자신을 위한 진정한
시간이고, 에너지의 보고란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부처님께서는
결코 추상적인 분이 아니구나’ 부처님과 함께 하는 이 한마음이 바로
현실을 구체적으로 살 수 있는 지름길이란 걸 깨달았다. 점점 속이 시원해져
옴을 느꼈다. 오늘 느낀 수치심이 아상인 줄 알게 되고, 그 아상에 속아서
현재심을 송두리째 잃어 버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알음알이가
알아지는 중에도 깊은 가슴 한켠엔 ‘된장 산다고 또 전화가 오면 어떻게
하나’ 하며 아상 다치기 싫어하는 마음과 게으른 마음이 유혹하고 있었다.
슬금슬금 변신해 가면서 나약해진 내 틈새로 부드럽게 스며들며 다가오는
습과 업장을 주시하면서 나는 장궤를 하고 집중해 보았다. 그리고 생각이나
느낌과 몸의 움직임을 낱낱이 부처님 경전에 올렸다. 정말 가슴속에
깊이 흐르는 마음의 강에는 별게 다 들어 있었다.


‘미륵존여래불’ ‘응무소주
이생기심(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며칠 후, “죽염된장 1㎏좀
갖다 주세요”라는 전화를 받았다. ‘예’ 하는 마음으로 바로 갖다드리며
아주머니한테 드리는 순간, 그 분이 된장 사 가시는 부처님으로 보였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일시에 쉬어졌다. 몸과 마음과 호흡으로
정성을 다해 드렸다. 깔끔하고 맑은 기운이 감돌았다. 맑은 감사의 눈물이
흘렀다.부처님 당시의 탁발 수행의 의미가 뼛속 깊이 느껴왔다.


『유마경(維摩經)』
제자품(弟子品)에는 탁발의 방법과 그 공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걸식은 평등한 법에 머물러 차례대로 해야 합니다. 걸식은
식용을 위한 것이 아니며 음식을 얻기 위한 것도 아닙니다. 마을에 들어갈
때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 마을이라는 생각으로 들어가야 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온갖 분별은 깨달음의 경지에서 하여 모든 것이 꼭둑각시와
같은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걸식한 밥은 모든 중생에게 베풀고 부처와
성현에게 공양한 다음 먹어야 남의 보시를 헛되이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번뇌를 버리지 않고서도
해탈에 들고, 집착을 끊지 않고서도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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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탁발’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수행자는
탁발을 통해서 수행의 가장 큰 적인 아만과 고집을 없애고 보시하는
쪽으로 보면 선업을 쌓는 공덕이 된다”고 적혀 있었다.탁발하는 것이
복을 바르게 주고받는 공덕이고 불가사의해서 말로 다 할 수 없으며
복이라는 단어가 복이라고 표기해야 하는 이유와, 다라니의 ‘옴’과
복이 일치한다는 느낌도 들었다.마음자리에 복을 짓는 것이 1초보다
더 빠르게 올라오는 현재심을 현재에 바쳐 내는 순간, 오롯하게 부처님이
서 계셨다.


장궤하고 미륵존여래불을
30분 정도 되뇌이며 정진하고 일어나서 움직이는 순간이 선생님의 말씀처럼
행주좌와 어묵동정으로 이어지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부처님으로
보였다. 조사어록에 ‘부처님은 마른 똥 작대기, 부처님은 고깃덩어리’라는
글귀가 한마음으로 다가왔다. 상대를 부처님으로 보라는 법사님의 가르침이
그대로 실행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잘 안되던 남편이 부처님으로 보였다.
딸 부처님, 아들 부처님 그리고 사물과 사람 모두가 부처님 당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육신만 시봉 하느라
철없이 보낸 나의 40년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이제 정신이 들어 사람으로
성숙되어 가는 내 모습을 바라 보면서 무슨 마음으로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가 확실히 정리되었다. ‘다시 한번 세세생생 부처님 전에
복 짓고 살기를 발원하며, 추위에 떨고있는 이웃과 결식아동들 모두가
불국토에서 행복하게 살길 한 마음으로 발원합니다.’


시원하게 뚫린 푸른
하늘을 가르며 된장 사 가시는 부처님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는 법음이
가득하다. 만약 마음이 깨달음을 얻었을 때 망상이란 때만 없으면 곧
청정이란 걸 깨달았다. 나에게 집착하는 것은 더럽혀진 것이고 나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은 곧 청정한 것이란 참 진리도 가슴속에 각인되었다.
나무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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