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을 흔히
멀티미디어 시대라고 한다. 온갖 첨단문명기기와 각종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푹 젖어 살다시피 하고 있다. 절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산중의
고찰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 사보도 발행하고 있으니
문명의 혜택을 조금이나마 보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 전남 화순에
있는 어느 절에서 백일기도를 하며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때 광주에
계시는 노보살님 한 분이 가끔씩 오셔서 철야기도를 하고 내려가곤 했다.
철야기도는 대개 밤 9시쯤부터 새벽예불 전까지 6시간 정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노보살님의
기도방법은 아주 특이했다. 그 분은 철야기도시간 동안 2시간은 관세음보살,
2시간은 지장보살, 2시간은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며 기도했다. 그야말로
멀티미디어 보살이라 할만 했다.
『아미타경』에 1일
내지 7일 동안 일심불란하게 염불하면 극락왕생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최소한 하루라도 한 생각도 흐트러지지 않고 오로지 일념으로 염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처럼 염불하는 마음이 일념이 되기 위해서는
부처님 명호 또한 한 명호만 지속적으로 불러야 함은 당연하다. 이것저것
섞어서 하게 되면 마음이 하나로 모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보다 못해 급기야는
‘보살님, 기도할 때 염불은 하나만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고
했다. 그래도 그 분은 자기 방식대로 계속해나가는 것이었다. 아마 살아서는
괴로움을 면하고 자식들의 복도 빌고자 관세음보살, 돌아가신 선망 부모
조상들을 위해서는 지장보살, 죽어서는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는 것 같아 보였다. 그것은 마치 세속에서 보통 무슨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거나 하면 경찰서, 법원 등 어떤 힘 있는 자리의 아는 사람을
통해 조금이라도 구제받을 수 없을까 하여 이곳저곳에 도움을 호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유명한 다큐멘터리
전문 잡지의 데이빗 하비라는 사진기자는 카메라 렌즈를 한 가지만 사용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화각을 구상할 수 있는 줌렌즈를 많이 사용하는
것에 비해 그가 화각이 하나로 고정된 한 렌즈만 사용하는 이유는, 사진을
찍을 때 생각이 여러 가지로 복잡해지지 않고 한 화각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속담에 ‘한 우물을
파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다. 비록 멀티미디어
시대의 복잡한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참으로 담백한 삶의 가치를
느껴보려면 한 가지라도 집중해서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