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재세시에 출리판타카라고
하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부처님을 기쁘게 하였지만
처음부터 훌륭한 제자는 아니었다.
출리판타카는 그의
형 마하판타카와 같이 출가하였는데 형은 경전도 잘 외우는 등 곧장
깨달았지만, 출리판타카는 오히려 바보라는 놀림을 받게 되었다. 그것을
부끄럽게 여긴 형은 출리판타카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였다. 그래서
울고 있는 출리판타카에게 부처님께서는 전혀 다른 수행 방법을 주셨다.
매일같이 빗자루로 마당을 쓸면서 “비로 마당을 쓸다”만 외우라고
하신 것이다. 그러나 출리판타카는 ‘비로 마당을’을 외우면 ‘쓸다’를
잊어버리고 ‘쓸다’를 기억하면 ‘비로 마당을’을 잊어버려서 일설에는
출리판타카가 그 구절을 완전히 외우는데 무려 14년이나 걸렸다는 기록도
있다.
또 한해가 가고 있다.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실다운
정진에 전념치 못함이다. 종종 번뇌와 수마에 휩싸이는 나 자신이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부처님 전에 나아가 세운 서원도 일주문을
채 나서기 전에 잊어버리니 나 역시 출리판타카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나 자신도 출리판타카처럼 부처님께 빗자루를 받고 싶지만
전생에 지은 선업과 공덕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오래된 조사 어록에서 빗자루를 찾아내었다.
분분히 이는 잡념,
어찌하여 소탕할까
하나의 화두는 쇠(鐵)뭉치
빗자루니
쓸으면 쓸을수록 더욱
일어나
더욱 일거든 더욱 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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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잠깐이라도 정진치
아니하고 또 다른 생각에 빠지는 허물을 보태긴 하였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며
좋은 빗자루를 얻었으니 앞으로는 살림살이가 더 넉넉해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비록 14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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