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화창했던
지난 초파일, 축서사에 엿장수가 등장하였다!! 호박엿을 한 리어커 가득
담아왔는데 이를 본 한 상좌가 왠지 마음에 안 들어 퉁명스럽게 물었다.
“성스러운 절집에
웬 엿장수? 당신 큰스님 허락받으셨소?”
결국 엿장수는 큰스님께
달려가 허락을 받고 사람 왕래 잦은 계단참에 정식으로 판을 벌였는데,
그 상좌가 힐끔힐끔 살펴보니 도통 사가는 사람이 없다.
‘그럼 그렇지, 청정한
절집에서 무슨 장사를 해? 안 될 말!’
상좌는 왠지 내심 고소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데 일년 중 가장
바쁜 초파일날, 큰스님께서는 멀찍이서 엿장수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계셨다. 마침내 큰스님께서 상좌에게 물으신다.
“엿이 좀 많이 팔렸는가?”
“아이고, 잘 될 리가
있습니까?”
“그래, 그럼 그 엿을
우리가 모두 사서 손님들에게 나눠 주도록 하지.”
“네에?” 옆에 있던
보살님이 잘 됐다는 듯 얼른 나선다.
“큰스님, 그럼 그
돈은 제가 보시하겠습니다.”
순간 상좌는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큰스님 제자답게 금방 반성하고 순수한
마음을 되찾은 그 상좌는 부처님께서 신도들에게 주시는 엿이라고 생각하고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다.
“엿 먹고 가시오!”
“엿 드시고 가시오!”
후에 상좌는 큰스님께
보고를 드리러 갔다.
“ 말씀대로 엿을 모두
사서 나누어 드렸습니다.
엿값은
모두 얼마얼마였습니다.”
“그래? 요 사이 엿값도
제법 비싸구만.”
큰스님, 빙그레 웃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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