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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평생도반 호경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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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춘희 (혜안등·경북 봉화) 작성일06-01-23 18:00 조회2,8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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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축서사
불교대학 법당에서 바라밀 합창단 연습이 있는 날이다. 이날은 무조건
합창단을 위해서 사는 날로 정해놓은 덕분에 남편 호경이 아빠도 뒷전이다.
남편 퇴근이 늦으면 저녁도 못 챙겨주고 밤 10시가 넘어야 귀가하는
아내. 너무나 고마운 것은 남편이 합창단 총무로 일하는 나를 이해하고
한 마디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수요일엔 남편도 일찍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새 악보가 나오면 복사도 해주고 정리도 거들어 준다.
집안에 악보파일이며 회원명부며 가득 늘어놓고 있어도 그냥 웃어준다.
컴퓨터 잉크와 용지가 떨어졌다고 하면 잊지 않고 사가지고 퇴근한다.
“아이고, 당신 합창단 총무 안 했으면 심심해서 어째 살 뻔 했노?”
내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남편이 놀리며 하는 말이다.


같은 직장에서 만난
우리는 처음 연애할 때처럼 지금도 다정한 친구로 산다. 등산화가 발이
불편하다 했더니 출장길에서 예쁘고 발이 편한 등산화를 사오는 사람.
내 생일선물을 하기 위해 일년 내내 저금통에 동전을 넣으며 흐뭇해하는
사람. 결혼기념일에는 꽃바구니와 선물을 보내주는 사람. 내가 전생에
어떤 복을 지어서 이렇게 좋은 신랑을 만날 수 있었는지, 남편과 부처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 내 소원은 한
가지뿐이다. 남편이 불자가 되어 법명을 받고 나란히 절에 가는 것이다.
같이 예불을 하고, 법문도 듣고, 백팔배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이
불자가 되도록 계속 기도해 온 덕분에 5기로 축서사 불교대학에 등록까지
했지만 안타깝게도 직장일 때문에 유야무야되었다. 6기로 등록해서 신심
깊은 불자 부부로서, 평생도반으로서 함께 한다면 세상에서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호경이 아빠, 좋은
남편, 훌륭한 아빠가 되어 주어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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