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백중이면 아버지를
위해 영가등을 밝힌다. 아버지는 가난한 농가의 삼형제 중 막내이셨다.
열세 살에 어머니를 잃은 가엾은 소년이었지만 형제간의 우애가 깊어
외로움은 모르고 자랐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아서 어머니가 음식을
짜게 만들면 “반찬은 좀 간간해야 좋아.”하셨고, 국이 싱거우면 “싱거운
게 건강에 좋지.”하셨다. 겨울밤이면 연탄불을 갈기 위해 일어나려는
어머니를 재우고 당신이 연탄을 갈았다. 자식이 잘못하면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 주었고, 형님들이 못 살면 가진 것 다 털어 가져다 드리곤 했다.
내 여동생은 중학교 때 새벽 네 시면 학교에 가곤 했다. 폭설이 내린
어느 겨울 새벽, 동생이 새벽에 문을 열고 나서자 대문 앞의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아버지는 그 캄캄한 겨울 새벽, 학교 가는 딸을 위하여
혼자 눈을 치우셨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좋은 아버지였지만
불행했다. 아내가 암으로 죽은 뒤 실의에 빠져 행려병자가 되어버린
형님의 소식을 몰라 평생 애달파했고, 중년 이후로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장남인 나와 형제들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언제나 자식들에게 잘하기 위해 애쓰셨다. 사업 실패로 깊은
고통에 빠져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서른이 가까웠지만 그때까지 결혼을
못했던 나는 가장의 무거운 짐을 전혀 몰랐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이 날 수가 없다. 당신 살아생전에 왜 좀더 잘해드리지
못했던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버지를 위해 영가등을 달아드리는
일, 당신의 이름으로 법공양을 하고 공덕을 지어드리는 일뿐이다. 이
정성이 헛되지 않아서 모두 아버지께 진실로 공덕이 되고 행복이 될
것이다. 아버지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말하고 싶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는 어느 좋은 세상에서 저 하얀 연등처럼 환히 웃고 계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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