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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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6-02-06 10:42 조회2,986회 댓글0건본문
개선장군
지명 스님은 지리산 토굴에 삽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돈이나 옷가지를 달라고 졸라댑니다. 그래도 스님이 가지고 있는 것은 언제나 몸뚱이 하나와 빈 걸망 뿐. 무엇이든 생기는 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 주기 때문이지요.
내기를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지명 스님, 서산에 지는 해 바라보고 눈 깜빡이지 않기, 물속에 머리 넣고 오래 버티기, 물을 한숨에 많이 마시기 등이 천진동자 지명 스님이 좋아하는 내기입니다.
선방에서 한참 정진하던 안거철, 잠시 쉬어가기 내기 한 판이 벌어졌으니 산중이 떠들썩합니다. 목침을 머리로 밀어내기입니다. 일명 머리싸움인데, 머리를 좀 과격하게 쓰는 것이지요.
지명 스님과 수좌 스님 한 분, 서로 목침을 사이에 두고 머리로 밀어댑니다. 얼굴이 금세 시뻘개졌습니다. 대중 스님들 양편으로 나누어 벌이는 응원전이 또 볼 만합니다.
꾀 많은 스님 한 분, 슬그머니 발로 목침을 밉니다. 지명 스님은 그것도 모르고 황소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로 버팅깁니다. 대중들은 허리가 꼬부라져라 웃으며 일제히 지명 스님을 응원합니다.
“지명 스님, 잘 하네!! 조금만 더 밀면 이기겠구먼!!”
“지명 스님, 힘내라 힘!!”
상대방 스님, 너무 웃다가 그만 발에서 힘을 뺀 순간, 목침이 밀렸겠다!!
그 순간 지명 스님, 벌떡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들고 개선장군처럼 큰 방을 빙빙 돕니다.
“내가 이겼다!!”
이렇게 외치는 지명 스님의 이마에 불룩 혹이 솟았습니다. 스님은 그래도 동자승처럼 씨익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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