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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흰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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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준영 작성일06-11-23 17:08 조회2,9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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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둥 이



박준영 /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교수


쇠줄에 묶여
앉아서 눈만 껌벅거리는 게 하는 일이다.

먹고 자고, 자고 먹고
짖는 일도 짖을 일도 없으니
그저 순둥이란 이름이 하나 더 있을 뿐.


예불시간만 되면
법당 앞에 미리와 꼬리치고
밥 때가 되면 공양 목탁 소리보다 먼저
달려가는 것도 그가 하는 일.


쥐라도 나타나면 뒤쫓기는 하지만
잡기는커녕 쥐구멍만 쳐다보는 게
어쩌다 즐기는 여가.


그래도 스님처럼 나물먹고 물만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인지
누군가 갖다 준 뼈다귀를 물고 뜯고 빠는 게
시간 남으면 유일하게 하는 참선
저 국물도 나오지 않는 마른 뼈다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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