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올리는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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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여심 작성일06-11-23 16:41 조회3,194회 댓글0건본문
마음으로 올리는 공양
- 축서사 바라밀 합창단
취재 정리·여여심
아직 나무 그늘을 찾아 들게 되는 한 여름 오전, 도량 청소가 끝난 사리탑 앞마당에는 눈부신 햇살이 가득하다. 보통 때라면 차 한잔과 함께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하루를 시작하겠지만, 한 달 뒤 봉행될 생전예수재 준비에 종무소는 물론이고 사중 곳곳이 소리없는 분주함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오전부터 이어지는 문의 전화와 밀린 신청자 입력작업 때문에 일의 진도는 더디기만 해서 마음이 바빠 허둥대고 있는데, 종무소 문이 살며시 열리며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자판 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일어나 인사를 건네는데, 주말이면 봉사를 오시는 바라밀 합창단 보살님들이시다.
대도시에 위치한 절과 달리, 축서사처럼 갈수록 인구가 자꾸만 줄어드는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절에서는 자원봉사자 한분한분이 너무나 고마운 힘이 된다.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하시는 분들대부분이 바쁜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자, 또는 내 살림 살기도 바쁜 가정주부들이시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현대인들 누구나 안 바쁜 분들이 있으랴만은 그렇게 바쁜 상황에서도 자리이타(自利利他)의 희생정신으로 봉사를 오시기에 보살님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회향할 수 있었던 이번 생전예수재는 회향일까지 매주 총 일곱번 재를 올리기 때문에 그만큼 반복적으로 준비하고 점검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래서 행사 자체는 단 하루뿐이지만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9월 9일까지 49일 내내 행사중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명의 일손이라도 아쉬운 마당에 신심이 돈독한 우리 어여쁜 합창단원 보살님들의 방문은 반가움 이상이었다.
차 한 잔으로 잠깐의 여유를 찾으며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묻는데 합창단 단장인 보덕월 보살님이 ‘오늘은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하며 물어 오신다. 급한 마음에 이런 저런 일을 주욱 말씀드리고 보니 부탁드릴 일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아 슬그머니 죄송한 마음으로 눈치를 보고 있는데, 보덕월 보살님이 앞장서서 조를 짜고 일을 분배하기 시작하신다.
그렇게 시작되어 해가 고개를 떨구는 늦은 오후까지 각자가 맡은 일을 모두 말끔히 마치시고 정담을 나누며 종무소로 들어오시는데 저마다 얼굴가득 뿌듯하고 기분 좋은 피곤함으로 가득 차 보였다. 고맙다는 말로도 모자라고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그저 따뜻한 차 한 잔 뿐…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차질 없이 행사준비를 하고, 당일이 되어 영산재 봉행에 이어 신도회장님의 개회사가 끝나자 바라밀 합창단의 선창에 맞춰 법요식에 동참한 대중이 부처님을 향해 삼귀의를 올리고, 이어 ‘둥글고 또한 밝은 빛은 ~ ’ 으로 시작하는 귀에 익은 찬불가가 도량을 가득 채운다.
음악은 정서적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힘이 있어 가장 효과적인 포교 수단중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공부할 때를 돌이켜 보면 외우기 어려운 암기과목도 음을 붙여 외우면 의외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기억에 오래 남듯이 노래는 감성의 언어이므로 문자나 말과 달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처님 전에 올리는 음성 공양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고운 음성으로 부처님의 깊고도 넓으신 가르침과 신심을 가득 담아 전하는 찬불가는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부처님의 말씀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편인 것 같다.
현재 약 35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우리 축서사 바라밀 합창단은 2003년 4월 봉화 예다원에서 뜻을 함께 한 27명의 불자들이 모여 창단식을 갖고 해마다 군부대 및 초파일 법회 등의 특별행사에 참가해서 찬불가 음성공양을 하고 있다. 특히 2005년 5월에는 제 1 회 축서사 작은 음악회를 통해 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 음악으로 그 접근성을 높여나가는 데에도 애쓰고 있는 중이다.
합창단 단장이신 보덕월 보살님은 음성포교와 더불어 앞으로 좀 더 큰 무대에 서서 축서사를 널리 알리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고 하신다.
아직은 창단된 지 3년 밖에 안된 걸음마 단계를 겨우 벗어난 정도여서 노래실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지만, 매주 수요일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시는 지도법사 혜산스님과 이를 잘 따라주는 합창단원들, 성악을 전공한 신심이 가득한 이원섭 지휘 선생님, 그리고 만삭의 몸에도 불구하고 빠지지 않고 피아노 연주를 해주는 반주선생님이 계셔서 머지 않아 그 아름다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연습 광경을 촬영하기 위해 연습실을 방문한 날, 저녁 8시가 가까워 오자 한 분 두 분 문을 열고 반갑게 서로 인사를 건네시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제 자리를 찾아 앉으신다. 이어 도착한 지휘자 선생님의 우렁찬 인사소리에 모두 즐겁게 화답하고 허리를 곧추 세우고 진지하게 노래연습에 들어간다. 아직은 수시로 지휘자 선생님의 지적을 받는 아마추어들이지만 부족한 실력을 신심으로 극복하는 보살님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프로 성악가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듣는 이를 오랫동안 감동에 젖어 들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밤 10시가 다되어서야 연습을 마친 합창단원들은 준비한 호박떡과 둥글레차를 앞에 놓고 모여앉아 기도정진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우신다. 이렇게 늦은 저녁까지 밖에 계시면 주부로서 어려운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합창단 총무이신 혜안등 보살님은 오히려 합창단에 나와 노래를 하면서 같은 봉화에 살면서도 왕래가 없던 신도분들과 친목도 다지고 스트레스도 풀어 가족들에게 더 잘하게 된다며 활짝 웃으신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불자의 바람직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흐믓했다.
단원들 모두가 “입으로 노래만 한다면 앵무새에 지나지 않고 지극한 불심과 간절한 마음으로 노래를 해야 비로소 음성포교를 제대로 하는 것이고, 내 노래를 통해서 다른 이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늘 노력하며 음성공양을 수행과 포교의 방편으로 삼으라”는 큰스님의 당부 말씀을 잊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하신다.
무대에만 서면 긴장이 되어 그 고운 얼굴이 굳어지곤 해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유독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된다며 부끄러운 웃음도 지으신다.
참된 불자로 살아가기 위해 봉사와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으시는 보살님들과 함께 축서사 도량에 부처님의 자비와 법음이 널리 퍼지길 간절히 발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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