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위해서 연등을 밝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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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작성일07-06-18 00:09 조회3,051회 댓글0건본문
매년 봄꽃들이 저마다 고운 빛깔을 자랑하며 소담스레 피어나는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거리마다 꽃만큼 예쁜 등불이 켜집니다.
부처님 오신 날. 올해도 수많은 불자들은 예년과 다름없이 가까운 절, 친분 있는 절에 가서 등을 달고 불을 밝힐 것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오신 날’이라고 하는데 정작 우리는 부처님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물어보면 대체로 ‘깨달은 분’, ‘위대하신 분’이라거나 ‘대자대비하신 분’이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어떤 점이 뛰어나고 위대하며 왜 대자대비하다는 것인지 그 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그저 막연히 대자대비 하셔서 중생들을 굽어 살핀다고 믿고 의지하고 기도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초파일에 나와 내 가족 행복하게 해 달라고 등을 답니다.
부처님은 뭘 잘 아시나?
경전을 보면 부처님이라는 분은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을 정도의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공유하지 못한다고 해서 불공법(不共法)이라고 하고, 여기에는 모두 18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부처님은 열 가지 지혜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바른 도리와 바르지 않은 도리를 분별하는 힘입니다. 둘째는 선악업과 그 과보를 환히 아는 힘입니다. 셋째는 참선의 경지에 정통한 힘입니다. 넷째는 사람들에게는 각자 깨달을 수 있는 능력(근기)이 있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그 능력이 어떠한지를 단번에 아는 힘입니다. 다섯째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욕이나 경향이 있는 것을 환히 아는 힘입니다. 여섯째는 중생의 모든 세계와 그 성품들을 환히 아는 힘입니다. 일곱째는 어떤 수행을 하면 어떤 경지에 나아가게 되는가를 분명하게 아는 힘입니다. 여덟째는 사람들의 전생을 환히 아는 힘입니다. 아홉째는 사람들의 미래를 환히 아는 힘입니다. 그리고 열째는 모든 번뇌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분명하게 아는 힘입니다.
이 열 가지 지혜의 힘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부처님은 당신이 상대하는 사람들(중생)에 대해 모든 것을 환히 아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흘러 넘치는 분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대하고 교화해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 환히 알아 막힘이 없으므로 부처님에게는 어떠한 두려움도 없습니다. 부처님만이 지닌 두 번째 능력은 네 가지 자신감[無所畏]입니다.
첫째는 모든 것을 잘 아는 사람이 지닌 자신감, 둘째는 모든 번뇌를 극복하였다는 자신감, 셋째는 수행에 장애가 되는 길을 설명할 수 있는 자신감, 넷째는 괴로움을 멸하는 길을 설명할 수 있는 자신감입니다.
조금도 걸리거나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언제 어디에서나 법문을 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이런 네 가지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담담하게 지내는 분
열 가지 지혜의 힘을 지니고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부처님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법문을 베풀고 격려하고 위로합니다. 그런데 모든 이가 부처님에께 처음부터 마음을 활짝 열고 호의적으로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온화한 표정을 짓고 사람들을 상대하지만 부처님은 세 가지 담담하고 바른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지냅니다.
첫째는 사람들이 믿고 받들어도 무턱대고 기쁘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지냄, 둘째는 사람들이 불신하고 비방하여도 근심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지냄, 셋째는 사람들이 믿거나 불신하는 일을 반복하여도 그에 따라 기뻐하다가 근심하다가 하지 않고 지냄.
이 세 가지 마음가짐으로 지내는 부처님이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언제나 담담하게 평온한 경지에 머물 수 있는 것입니다.
크나큰 슬픔에 잠긴 분
그렇다면 부처님은 목석같은 분이 아닐까 의심이 듭니다. 생명을 가졌다면 뭔가 감정이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부처님도 기뻐하고 슬퍼합니다. 번민하고 고뇌하던 사람이 그런 번뇌에서 풀려나면 함께 기뻐합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마음 저변에는 언제나 슬픔이 가득 차 있습니다. 다른 어떤 사람에게 찾아볼 수 없는 부처님만의 독특한 특징 가운데 마지막 18번째는 바로 크나큰 슬픔입니다. 탐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을 보니 슬프고, 행복하기를 바라면서도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려 하지 않으니 그런 사람을 대하면 슬픈 것입니다.
부처님을 ‘대자대비하신 분’이라고 말합니다만 어찌 보면 부처님에게는 우정 어린 마음(慈心)보다 슬픔(悲心)이 더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초파일에 등을 달 때면 누구나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행복해지려면 선업을 지어야 하고, 건강해지려면 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나만 행복해지려면 그건 괴로울 뿐이요,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해야 진짜 행복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입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타인의 행복 따위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처님은 이런 우리에게 크나큰 슬픔을 느끼고 찾아오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 분은 80 노구를 이끌고 평생을 맨발로 다니시며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함께 행복해지자고…, 함께 영원한 행복의 길로 나서자고…, 참으로 온전하게 행복해지려면 지혜로워야 한다고.
올해 부처님 오신 날에는 그런 부처님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드리고 싶습니다. 내 가족을 위한 등을 밝히면서 나와는 무관하지만 가난한 이웃을 위한 등도 꼭 밝히려고 합니다. 슬픔으로 가득 찬 부처님 마음에 발그레 고운 빛을 밝혀드리고 싶습니다.
동체대비와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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