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념을 잘 경영하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기후스님(축서사 선덕) 작성일07-02-25 21:55 조회2,873회 댓글0건본문
사방에서 앙칼진 냉기가 한꺼번에 엄습하는 산중에선 무엇보다도 따스한 아랫목이 그지없이 고맙고 매화 향기 피어나는 봄 동산의 그리움은 외진 산자락 소나무 그늘에서 얼음만을 바라보고 있는 산인(山人)들뿐만 아니라 힘없어 허술한 집에 사는 수많은 민초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 특히 이곳은 등잔불을 켜고 지내는 첩첩 산중이라 길고 긴 겨울밤의 캄캄한 터널을 빨리 빠져 나가고 싶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속에서 헤어나고 싶은 것이 어디 추위와 어두움뿐이었던가?
쉽사리 삼키지도 내뱉지도 못하게 묘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속에서의 빈속 가슴앓이, 반복되는 미움과 사랑의 혼재 속에서의 변덕스러운 방황, 더 높고 큰 것을 향한 끝없는 소유욕의 늪 속에서의 힘겨운 허우적거림, 이런 상황을 마주 했을 때 마다 우린 몇 번이나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훈풍이 일고 있을 봄 언덕을 기대하면서 용케도 지금까지 버텨오지 않았는가?
깨달음의 향유, 오직 그것만이 고뇌의 허리춤을 벗어 던지고 평정된 탄탄대로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유유자적 멋지게 살 수 있는 참 생명의 유희로 인도할 수 있다. 문제는 왜곡된 깨달음에 대한 정의와 그로 인한 잘못된 수행방법으로 인해서 정진에 정비례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데 있다.
깨달음은 기다려서 얻어지는 그 어떤 알아짐에 머무는 인식세계가 아니라, 즉석 복권처럼 지금 이 자리에서 사실을 사실대로 바르게 확인하여 그것을 자신의 삶에 용해시켜서 하나됨으로 약동하는 생명동산의 푸른 몸짓이다. 그것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것이기에 늘 우리와 함께 존재하며 시공에 관계없이 널려있는 것이건만 단지 우리들이 발견치 못했기에 응용을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걸 일러 어우러져 있음의 확인(연기론)이라고 했던가? 그런 보편적인 세계를 이해하는 데 어찌 특수한 방법만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열쇠는 하나로 어우러져 있음을 아는 데는 하나됨의 세계에 동참하면 되는 것이다. 지속적인 일념을 잘 가꾸면 그것이 만념이 되고 만념이 무념이 되어 찰나의 몸짓에 영원의 행복이 넘실됨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래서 깨달음을 희망한다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감에 대해서 일념의 정성을 들여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행복으로 안내하는 나침반이며 깨달음을 이루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그 세계에 든 이들은 어우러져있는 생명을 확인하였기에 그것의 평등성을 알아차려 현재적 조건에 만족하며 살게 되고 여러 조건들의 도움으로 인해서 자신이 생존하고 있음을 절감하여 매사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게 되고 어우러져 함께 가는 길이기에 약자는 부축받고 강자는 도와주는 자비심으로 살게 되어 있으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인생살이인가?
정해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한 생각 경영을 슬기롭게 수습하여 자고나면 황금 돼지를 한 마리씩 낳게 되는 깨달음의 살림을 꾸려나갔으면 좋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