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   종무행정   >   계간지   >   최근호및지난호

최근호및지난호

오직 체험에 이르러야만 허물이 없으리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성일07-06-18 00:07 조회2,872회 댓글0건

본문


선사께서 항시 상당(上堂)하면 대중에게 이렇게 보였다.


“여러분은 조산(曺山)이 말이 없음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제방에는 말로써 이룩된 선사가 많아서 여러분의 귓속에 모두 가득하리라. 온갖 법을 빌리지도 않고 전하지도 않고 다만 그렇게 체험해 알면 그들의 많은 차별된 지식으로 그대들을 어찌하지 못하리라. 천지가 훤한데 온갖 일이 삼(麻)같고 갈대(葦)같고 가루(粉)같고 칡(葛)같으니 부처님이 세상에 나타나셔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며 조사께서 세상에 나오셔도 어찌하지 못하리라. 오직 체험해 다하여야만 허물이 없으리라.
그대들은 천경(千經)과 만론(萬論)의 말로써 이룬 이가 자유롭지 못하고 시종(始終)을 초월치 못했음을 보았겠거니와 대체로 자기의 일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자기의 일을 밝히면 곧 일체 일을 돌리어 그대 자신의 살림을 삼게 되겠거니와 만일 자기의 일을 밝히지 못하면 설사 그대가 여러 성인과 인연을 맺고 여러 성인이 그대의 경계가 되어 경계와 인연이 서로 어울려도 깨달을 시기가 없으리니 어찌 자유로울 수가 있으랴.
만일 몸소 체득하기를 다하지 못하면 저 모든 일을 굴리어도 다하지 않을 것이요, 만일 몸소 체험하기를 다하여 묘함을 얻으면 모든 일을 굴리어 등 뒤로 던져두어 하인으로 삼으리라. 그러므로 선사(先師)께서 말씀하시기를 “본체는 미묘한 곳에 있으니 한가롭게 굴지 말라.” 하셨나니 이 경지에 이르면 귀천(貴賤)을 나누지 않고 친소(親疎)를 구별함이 없이 마치 큰 부잣집 금고지기가 쓸 때는 전혀 모르는 것과 같으니라. 이 경지에 이르면 이것이 곧 승속(僧俗)을 가리지 않는 것이며 청탁을 나누지 않는 것이니라. 이때, 만일 낮은 사람이 나서서 옷을 입고 단장하여 주인보다 훌륭하게 되었더라도 사람들의 눈에 뜨이는 것이야 어쩌랴.
나는 여러분께 이르노니 향해 가는 말(向去語)은 맑고 깨끗하나 일 위의 말(事上語)은 맑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하노니 무엇을 일 위의 말이라 하겠는가? 여기서는 동 떨어지게 큰사람을 가려낼 수 없도다.”
- 조산曹山 본적本寂 스님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