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각 바르면 부처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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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08-10 14:33 조회3,668회 댓글0건본문
부처님 말씀에 사랑으로 분노를 이기고, 선으로 악을 이기고, 참된 것으로 허욕을 이기고, 진리로 허위를 이기라고 하셨다. 사람이 한 생각 바르게 들면 부처님 경계요, 한 생각 어두우면 곧 육도(六途)이다. 한 생각이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도 자기를 여읜 것이 아니다.
당나라 헌종황제 원화 11년에 장안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섬서(陝西)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곳에는 불법이 아직 펴지지 않아 불법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곳이었다. 이곳을 교화하기 위해서 보현보살이 노모가 되고, 관세음보살이 보덕각시(普德閣氏)란 아주 천하에 아름다운 처녀로 화현하여 이곳에 나타났는데, 모녀가 이곳에 와서 살기 시작하자마자 중매가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워낙 처녀가 예쁘기 때문이었다. 중매가 하루에도 수백 명씩 들어왔다.
하루는 보덕각시가 나와서 중매쟁이와 장가갈 총각들을 모아놓고 말하기를,
“나는 인물 잘난 사람도 구하지 않고, 돈 많고 권세가 있는 것도 구하지 않고, 재주가 좀 있는 사람이면 내가 그 사람에게 시집을 가겠소. 그런데 어떤 사람이 어떤 재주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으니, 시험을 보겠는데 법화경(法華經) 보문품(普門品)을 한나절 만에 외우는 사람에게 시집을 가겠소.”
하고는 보문품을 내주니까 장가가기 위해서 모두들 죽을 판 살 판 외운다. 한나절이 지나자 보문품을 외운 사람이 오십 여 명이나 되었다.
“나는 한 몸 인데 어떻게 오십 여 명에게 시집을 갈 수가 있어요. 그러니 시험을 한 번 더 봅시다.”
하고는 금강경(金剛經)을 내주고 하룻밤에 외우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한다.
글을 그렇게 읽으라면 읽겠나, 장가갈 욕심으로 죽을 판 살판 밤을 새워서 외운 사람이 무려 백 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보덕각시가 또 말하기를 이번에는 법화경을 내주고 이 경을 사흘 만에 읽어서 외우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한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법화경을 죽자 살자 읽었는데 일곱 권이나 되는 경을 모두들 외우지 못하고 오직 마랑(馬郞)이라는 이가 사흘 만에 외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시집가기로 정하고 잔칫날을 받았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
장가가려고 경 외우기 시합하던 이들과 그 사람들의 친척들, 그리고 아름답다고 소문이 난 신부를 보러온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잔치를 시작하기 전에 신부가 말하기를
“내가 대례를 지내자면 몸이 편안해야 하니 지금 고단해서 좀 쉬었다가 나오겠소.”
하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몇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기에 문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보덕각시는 온 데 간 데 없고 앉아 있던 자리에서 백골만 소롯이 남아 있다. 이것을 본 마랑이 인생의 무상함을 절실히 깨닫고,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해탈할 큰 발심과 원력을 세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법을 일깨우고, 마랑을 제도하기 위해서 이러한 교화방편을 베푼 것이다.
하루는 신선 같은 풍채에 흡사 학과 같이 생긴 분이 찾아와서 보덕각시의 무덤을 찾기에 안내해 주자 주장자로 무덤을 파헤치니 그 안에 뼈들이 온통 황금고리로 변해 있었다. 뼈를 주장자에 꿰어 둘러메고 허공으로 올라갔다. 이 신선 같은 풍채의 노인은 곧 보현보살이다. 성인들이 신통묘용(神通妙用)으로 연극하듯이 보여주어 많은 사람을 제도하고 마랑을 발심시키려고 한 것이다.
마랑이가 보덕각시에게 장가가려고 법화경을 사흘 만에 외우며 애를 쓰다가 그 아름다운 사람이 뼈만 남은 것을 보니 이 몸이 환(幻)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꿈과 같고, 번갯불과 같고, 풀끝의 이슬과 같은 허망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 경봉스님 말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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