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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눈 내린 날 부신 눈으로 탑을 봅니다. 빛나는 눈밭 부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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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11-21 14:47 조회3,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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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라고 하나요?

살아서도 헛된 것 몸이었는데, 그 찌꺼기를 다시 그릇에 모셔놓은 꼴입니다. 그 앞에 서면 엄숙해지는 것이 여염 사람의 상정이긴 하지만 왠지 헛헛한 심사가 되기도 합니다. 그 위에, 모처럼 눈이 내렸습니다. 굳은 돌덩이도 풍우에 상하다 끝내 쓰러지고 맙니다. 흰 눈이 오늘 그 이야기 합니다. 가슴이 서늘해져서 그 부도 쳐다보지 못하겠습니다. 산중 적적한 자리에서 거기 묻힌 노장들 오늘 뭐라고 잔소리하시는지? 아는 이는 알지만 모르는 이는 내내 모르고 삽니다. 이끼 낀 부도비들, 겨울에는 검고 여름에는 푸르더니 오늘은 흰 눈이불 소식이라 밝고 좋은 소식입니다. 복받은 풍광입니다.

- 소리를 주제로한 이철수 판화산문집 『소리 하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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