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을 여의고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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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8-05-21 13:42 조회3,087회 댓글0건본문
이미현 (출판인)
(문)
마음을 흘러가는 대로 두고자 하나 어느새 대상이나 상황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애착일 때도 있고 미움일 때도 있는 이 집착의 마음을 어떻게 갈무리해야 할지요?
(답)
부처님 가르침에서도 그렇고 일상에서도 ‘집착’은 경계하고 끊어야 하는 마음작용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집착하는 마음을 없애긴 매우 어렵습니다. 부정적인 대상을 향한 집착은 그래도 놓기 쉬울 수 있으나 긍정적인 대상을 향한 애착은 어떤 합리화를 해서라도 잡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애착도 궁극적으로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조사스님들도 ‘선도 악도 버려라. 분별심을 내지 않는 것이 바른 깨달음이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지까지 이르지 못한 우리네 입장에서 보면 선과 악을 바르게 분별하는 차제법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집착에도 좋은 집착(善執)과 나쁜 집착(惡執)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이것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런 노력을 집착이 아닐까 하여 지레 포기해버린다면 궁극의 자리에 이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 명대의 운서주굉 스님은 “사람들은 흔히 집착을 나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학문도 호학자(好學者)의 집념이 있어야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수년 전 많이 읽힌 책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를 보면 ‘미친(狂)’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자신의 분야에 집착을 보인 인물들이 흥미롭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친 듯 몰두하지 않고서는 독보적인 경지에 오를 수 없다는 것, 바로 동서고금의 빼어난 인물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입니다.
인류사의 많은 정신적 스승들이 그러하였고, 과학의 발명을 이룬 사람, 근자에는 스포츠계의 스타들도 각고의 집념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처럼 세상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다 긍정적인 집착의 삶을 살았습니다.
반면에 막대한 재난을 일으킨 사람들 역시 부정의 집착에 빠져 전쟁과 살생을 저질렀으니 이처럼 집착은 그것이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도 하고 엄청난 불행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지혜로운 집착이 정말 중요한 이유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과 타인을 대하는 마음이 고르지 못함을 압니다. 뭇생명들에게 고르게 자비심을 베푸는 불보살님들과 우리의 차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집착을 무조건 밀어내야 하는 것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고, 그것이 올바른 집착인지 부질없는 집착인지를 가리는 지혜로운 분별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좋은 집착 역시 어느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 좋은 집착이라는 것에서도 벗어나 자재한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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