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과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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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02-22 16:49 조회3,462회 댓글0건본문
복과 인연
진정 공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널리 베풀고 마음을 닦아서 영원히 근심을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오직 그것만이 공덕다운 공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가운데에서 살필 수 있는 많은 종류의 공덕이 있습니다.
좋은 시대·좋은 국토·좋은 지방에 태어나는 복, 성격이 좋고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는 복, 좋은 부모 만나는 복, 좋은 스승 만나는 복, 좋은 친구 만나는 복, 좋은 배우자 만나는 복, 좋은 자식 두는 복, 좋은 제자나 부하를 두는 복 등입니다. 기타 명예니 재물이니 하는 것은 위에 저절로 따라 다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행을 하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스승 잘 만나는 복이 있어야 합니다. 부차적으로는 터의 복이 있어야 되겠지요. 좋은 단월을 두고 제자복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평상시에 스승을 한없이 공경하면서 가르침을 받는다면 스승의 깊은 지혜를 터득할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스승을 공경해야 되는 것입니다. 마땅히 스승의 어떤 허물도 보지 말아야 됩니다. 결코 절대적인 복종이나 군림이 아닌, 즐거이 받아들이는 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마음이면 세세생생 좋은 스승을 만나서 어느 분야든 대가가 되고 업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최고를 원한다면 마땅히 스승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기필코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합니다.
다음은 좋은 부모나 자식을 만나는 공덕입니다. 수억만 생을 돌아볼 때에 주변 사람들이 다 한번쯤은 부모도 되고 형제도 되었습니다. 다만 금생에 부모형제 인연이 누구냐 이것만 다를 따름입니다. 마음으로부터 부모 형제를 사랑하고 공경하되 그 허물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면 좋은 인연이 되겠습니다.
또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도 인격을 무시하지 않고 사랑하고 공경하였다면 좋은 인연이 됩니다. 금생에도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지요. 금생에 또한 그렇다면 내생에도 좋은 부모, 좋은 자식으로 서로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식으로 하여금 용기와 기상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남의 허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친다면 그 부모는 그야말로 은인이 될 것입니다. 베푸는 데 즐거움을 찾도록 하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진리를 겸하여 닦는다면 다음 생의 영원한 복전이 될 것입니다. 다른 공덕은 다함이 있으나 진리의 공덕은 영원히 다함이 없어서 해탈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친구의 공덕도 중요합니다. 자기의 욕심을 자제하고 경쟁심을 자제하면서 친구에게 이익을 주되, 바라지 않는다면 친구의 공덕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나쁜 방향으로 떨어지지 않게 됩니다.
다음은 배우자의 공덕입니다. 배우자 간에 서로 신의를 지킬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서 한 쪽이 일방적인 주장을 하지 않는다면, 밝은 마음으로 서로 돕고 살아간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인연을 심는 것입니다. 전생에 그랬다면 현생에 현숙하고 자상한 좋은 배우자를 만날 것입니다. 금생에도 또한 그렇다면 미래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려고 애를 씁니다. 짚신도 짝이 있다고 했듯이 인연 따라서 짝은 있게 마련입니다. 여기저기 고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겠지요. 격에 맞게 만날 뿐입니다. 그것을 안다면 한사코 욕심을 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숙명적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노력하면 됩니다. 무슨 노력을 하느냐 하면, 자기의 마음을 닦는 것입니다. 자기의 마음이 상대를 불러들입니다. 마음속에 원망과 질투가 자리 잡고 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대상이 배우자가 됩니다. 마음이 지혜롭고 밝다면 밝고 지혜로운 사람이 배우자가 될 것입니다.
또 자기 몸과 마음의 관리를 잘 하면 의외로 멋진 사람이 나타날 것입니다. 만약에 남을 도와주길 좋아하고 순수하다면, 지금은 가난할지라도 부자가 될 배우자를 만날 것입니다. 마음을 밝게 쓰고 욕심과 어리석음을 추방해서 자기 자신을 향상시킵시다. 어느덧 좋은 인연이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터에도 복덕이 있습니다. 모양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라도 차별이 존재합니다. 과거나 현재나 자기 지은 대로 가는 것입니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자연과 이웃을 사랑하고 많은 이익을 주었을 때, 반대 급부로 주어지는 것이 터입니다.
이 우주는 너와 내가 한 몸입니다. 산이든 물이든 들이든, 멀고 가깝든, 그리고 동물이든 식물이든 상관없이 사랑하고 이익을 주면서 서로 존중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이 땅이 한없이 넓어도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게 됩니다.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고 먼 것 같지만 실은 매우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산이 좋고 물이 좋은 곳이 있다고 합시다. 그러나 그것은 저절로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군가 열심히 노력해서 가꾸어 놓은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면 자연 스스로라도 가꾸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곳에 가서 당연히 공짜로 이용하면 빚이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함부로 이용하게 되면 더하게 됩니다.
자연 속이든, 가정이든 직장이든, 어느 장소이든 빚이 쌓이면 결국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나의 자리가 주어지지 않는 과보가 옵니다. 그리고 주어진 자리를 자기만이 욕심스럽게 사용해도 장차 터를 잃게 됩니다. 이 우주는 하나의 정신에 떠 있는 세계입니다. 실재하지 않고 결정적으로 굳어진 모양도 없습니다. 그래서 또 과보가 있고 변화가 있는 것입니다.
이 우주는 하나의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 같이 잘 되는 것이 내가 잘 되는 것입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복된 행위를 하면 저절로 그 결과로 복을 받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어지러워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 중에 참고가 되고 걸린 게 있다면 깊이 그 원인을 분석해서 마음을 비우면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 잡념을 제하고 화두 일념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마음으로나 얼굴에 여유와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면 다 됩니다.
특별한 정진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쓸데없는 원칙일랑 버려야겠습니다. 버리고나면 괴로우나 즐거우나, 미우나 고우나 마음에 두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을 밝게 가지고 모든 일에 충실하면 됩니다.
-벽공 스님 ‘수행의 본질과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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