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따라 길을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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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8-05-21 17:26 조회3,323회 댓글0건본문
등불 따라 길을 걷자
기후 스님
우린 각자의 주어진 여건에서 오늘도 열심히 정진하며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그것은 생명 본성의 자연스런 모습이며 또한 존재에의 기본 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삶의 길이 늘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며 목적의 향방 또한 또렷하지 못하다.
그래서 때론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 것인지 걷고 있는 폼새가 기본이 다져진 것인지 등의 의아심을 내면서도 습관적 일상에 휘둘리어 그냥저냥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우리들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이런 저런 일로 인해 병고와 부닥치거나 집안의 크고 작은 일로 묻어둔 인간의 감정들이 양파 껍질처럼 겹겹이 그 속살을 내보일 때 쯤이면 그 회의의 농도는 한층 더 짙은 색깔로 우리들의 뇌리에 화살처럼 박힌다.
‘인생은 무엇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인지?’
‘내가 고작 이렇게 살려고 이 세상에 왔는가?’, ‘이 길 말고 좀 더 멋지게 살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인가?' 이런 등등의 삶의 근원적인 물음이 더해질수록 그 대답은 더 아리송해지고 가슴은 한결 더 답답해지기 마련이다.
이렇듯 방향 감각을 잃고 허둥대며 지친 모습으로 인생행로를 걷고 있는 뭇 중생들의 길목에 밝은 등불을 들고 바른 길로 안내하는 위대한 스승이 나타나셨으니 바로 그 거룩한 석가모니 부처님이시다.
그분 역시 처음엔 우리들과 똑같이 생로병사의 불안한 그늘에서 벗어나 참되고 값진 삶의 길을 찾아 나섰다. 다만 다른 것은 싯달타는 그 근원적인 우주와 인생의 자기 물음에 대해서 끝까지 그 스스로가 대답을 들을 때 까지 각고의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우리들은 그런 물음 등의 무게가 너무나 힘에 버거워서 그냥 모르는 체 덮어두고 지내고 있는 점일 것이다.
이제 바른 길이 열렸다. 부처님께서 들고 오신 그 밝고 휘황찬란한 색상의 지혜와 자비의 등불이 갈길 몰라 헤매는 우리들의 앞길을 훤하게 비춰주시니 이 어찌 거룩한 일이 아니리요? 우린 이제 붓다가 든 그 불빛을 따라 뚜벅뚜벅 걷기만 하면 된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등산객이 셀파들의 뒤를 따르듯이 말이다. 안내자는 말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며 존재한다. 그래서 변치 않는 고정된 실체는 없다. 때문에 나와 나의 것 등 그 어떤 것도 소유의 개념으로 집착할만한 하등의 근거가 없다. 때문에 피차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서로서로가 고마워하면서 함께 자비를 나누며 평화스럽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불빛은 밝음을 드리워서 불안과 공포, 중생들의 어둠의 발길을 바르게 인도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고 또한 따스함의 기운을 발산하여 얼음장 같은 우리들의 냉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우린 각자가 해결하려 했던 그 삶의 바른 길을 먼저 걸어가신 부처님의 안내만 받으면 된다. 그 대도의 길을 발견하신 위대한 부처님이 오신 날, 그래서 우린 등불을 달고 그 분의 오심을 축하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면서도 힘들어 덮어두고 만 그 길을 그분은 가시덩쿨을 헤치다가 손발에 상처가 나면서도 끝내 그 길을 헤쳐 나가셨고 이젠 큰길이 되어 우리가 함께 걷게 되었으니 이 어찌 고마운 일이 아니리요?
길을 나섬엔 누구나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은 인도자에 대한 굳은 신념이 있어야 될 것이며 강철 같은 의지로 목적지까지 가고야 말겠다는 자기와의 약속이 요구된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있는 안내자의 설명을 잘 새겨듣고 해야 할 것과 말아야 될 것 등등의 말씀들을 실천에 옮겨야만 된다. 그렇게만 되면 바른 길, 희망의 길, 행복의 길은 바로 우리들의 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다지도 밝고 따스한 날, 부처님 오신 날, 이 날에 우리 모두 희망의 등불을 켜자.
세상 살기가 왜 이렇게 힘 드는가? 하는 마음속엔 자기중심의 이기적 욕심이 도사리고 있음을 엿볼 수가 있다. 타인을 이해하려 애쓰며 자타를 함께 자비심으로 바라보려는 밝고 따스한 마음씨를 가꾸려는 지혜 있는 부처님의 제자들에겐 이 세상은 언제나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동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밝은 등불을 들고 부처님의 발자국을 따라서 걷고 또 걷자.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한 피안의 언덕이 보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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