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궁기도를 시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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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8-05-21 13:25 조회2,831회 댓글0건본문
마하심(봉찬회 총무)
2년 전 막내까지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그 동안 올망졸망한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나 자신을 살펴 볼 여유조차 없었던 나에게 그로 인한 시간의 여유로움 보다는 마음의 허전함이 먼저 밀려왔다. 운동이나 다른 취미 생활도 해 보았지만 그것 역시 허전한 내 마음을 채워 줄 수는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축서사 불교교양대학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선뜻 원서를 내게되었고, 이미 오래전부터 축서사 신도였던 시어머니로 인해 축서사란 곳이 내게는 그렇게 생소한 곳은 아니었기 때문에 축서사 불교교양대학에 다녀야겠다는 결정은 쉬웠다.
그렇게 교양 대학과 인연이 되어 전보다 자주 축서사에 다니면서 佛法이란 것에 조금씩 귀를 쫑긋 세우게 되었다. 1년의 과정을 거쳐 불교교양대학을 졸업하고도 佛法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나름대로 쉬운 공부부터 시작을 했다. 그것이 매일 108배를 하는 것이다. 108배를 하면서 주변에서 절 수행을 하시는 보살님들과 많은 얘기를 주고받으며 더욱 신심을 내게 되었고, 축서사 보탑성전의 불사가 마무리 되면서 보탑성전에서 매달 사흘씩 기도할 수 있는 회원을 모집 한다는 얘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보궁 봉찬선양회의 회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새벽 마다 혼자서 하는 108배도 좋지만 여럿이 함께, 그것도 보탑 성전에서의 기도라…….
그 때의 흥분된 마음은 말로는 표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보궁기도가 정월달 정초산림 7일간의 기도를 마치고, 두 번째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부처님! 저희들 이번 달에도 또 왔습니다.” 라는 신고식으로 삼십 여명의 봉찬 회원들은 재잘재잘 거리며 보탑성전으로 향했다. 보탑 성전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부터 함께 간 회원들은 모두 어수선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혜준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집에서부터 한보따리 싸 가지고 온 모든 걱정과 잡념은 내려놓고 오직 '일념'으로 기도에만 집중하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처음 보궁기도 입재날 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앞에 계신 스님만 보고 따라하느라 옆에 계신 보살님과 “스님 지금 기도하신다. 우리도 따라하자!” 라며 얼떨결에 스님을 따라 그대로 하던 기억부터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에 잠깐씩 머물렀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비록 이번이 두 번째 보궁기도이지만 이젠 옆 보살과 눈짓 하지 않아도 서로 소신껏 열심히 기도하시는 모습을 다른 보살님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 단전 아래에 힘을 모아 그 곳에 정신을 집중하여 정근을 하라는 스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아직도 단전아래의 힘을 빌려 소리를 내는 건 힘든 일인지 경을 읽을 때 옆에서 소프라노 음으로 읽으시는 보살님이 계시면 내 목소리는 소프라노가 됐다가 또 다른 옆에 앨토 음으로 하시는 보살님이 계시면 앨토가 됐다가 소프라노와 앨토를 넘나드는 줏대 없는 목소리는 주눅이 들어 점점 작아졌지만 정신만은 오직 ‘일념’으로 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기도를 집전 하시는 스님이 바뀌면서 경을 읽는 형식이 지난 달 처음 보궁기도 때와는 혼동 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회향날엔 석가모니불 정근을 목청껏 했더니 기도를 할 때 보다 더 많은 땀이 등줄기에 배어나왔다.
아마 다른 도반들의 뜨거운 열기가 더해져 그랬던 것 같다. 무사히 회향을 하고 스님들과 차담을 나누며 축서사에 처음으로 구성 된 ‘봉찬회’라는 기도회를 통해 기도를 시작하게 된 각자의 소감이나, 그 동안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던 올바른 기도 방법에 대해 스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발길을 돌렸다.
일상에서 모든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진리의 말씀을 실천 하려고 애쓰지만 그럴 수록 더 욕심쟁이처럼 보이는 내 모습에서 그것들을 떨쳐 버리고 어떤 순간에도 오롯하게, 흔들리지 않는 나의 모습을 찾고자 오늘도 발원하고 또 발원한다.
축서사 경내를 비추는 별빛이 다른 어떤 보석 보다 더 빛나보였던 1월 그 때의 밤처럼, 2월 보궁기도의 밤 또한 겨울의 끝자락에 쏟아진 함박눈으로 진흙투성이가 된 축서사 도량의 마당이 마시멜로 보다 더 폭신폭신하여 구름 위를 걷듯, 그래서 신선이 된 기분으로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지금은 비록 삼십 여명으로 시작한 보궁 기도지만 앞으로 더 많은 보살님들이 보탑성전에서 함께 기도하며 이런 황홀하고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다음 기도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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