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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너와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하는 신행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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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8-11-03 13:39 조회3,2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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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글 |여래심

 
 
 

온 우주를 가득 안은 듯 부러울 것이 없는 가을 하늘이 펼쳐지고, 그 하늘 아래 축서사 도량의 아침이 열린다. 파란 하늘은 자랑이나 하듯 높을 대로 높아 보이고, 마당에는 4B연필 대신 빗자루 하나로 스케치를 하며 한 폭의 작품을 남기는 스님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있다. 그 그림 같은 작품을 감상하노라면 ‘정말 예술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며 절로 감탄을 하곤 한다.

사리탑은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의기양양 위용을 갖춘 채 도량 중앙에 우뚝 서 있다. 그런데 어느 팔부신장님의 허락을 받았는지, 말벌들이 탑 귀퉁이에 보란 듯 큼지막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보기에도 무섭고 섬뜩하다. 어느 때부터인가 콩알만 하게 자리를 잡았나 싶었는데 어느 사이 럭비공처럼 커지더니, 그것도 지나 대바구니처럼 풍성한 그들만의 궁전을 만들어 버렸다.

한번 쏘이면 극락을 오고간다는데 매일 아침 그들의 궁전 바로 앞에서 빗자루 들고 사리탑을 청소하는 두 사람이 있으니, 무심한 그들과 달리 지켜보는 이의 간담은 서늘해진다. 하루가 다르게 식구가 불어나는 탓에 그들의 궁전도 공간이 좁아졌는지 벌써 보탑성전 처마 밑 안전한 곳에 축구공만한 작은 궁전이 지어지고 있다. 식구가 늘어나니 생활하는 공간이 당연히 부족할 것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그들의 무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축서사를 찾아주긴 하지만 불어나는 그들처럼 축서사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이기 위한 암시가 아닐까’ 하는 어줍은 생각이긴 하지만, 그 기대감을 버릴 수 없음도 사실이다. 부처님 당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영취산을 잠시 상상해 보기도 하였다. 얼마나 환희스러운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풍수학에 밝으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에너지(기)가 많이 모이는 곳은 말벌이 먼저 알아보고 집을 짓는다.”고. 그 말이 맞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기대하는 마음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는 중생의 마음인가 보다.

하나 되는 마음 (창립)

그동안 구심점이 없어 하나 된 힘을 모으지 못했던 영주신도회가 2008년 3월 8일, 당당히 하나가 되어 보겠다고 힘을 모았다.

봉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신도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 영주다. 300여명에 이르는 불자들이 축서사 신도로 등록이 되어 있지만, 신심이 돈독한 일부 불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불자들은 개인적인 기도생활을 하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단체 활동을 함으로써 신심이 증장되는 신행의 참맛을 느낄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영주신도회는 시기적으로 신도회의 활동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신 큰스님의 판단과 추진력, 혼자 보다 함께하면 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아는 영주 신도 분들의 지혜와 마음이 하나하나 모여 창립되었다. 영주신도회는 정식으로 등록한 회원 55명, 임원진 28명으로 구성이 되었다. 이로서 13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축서사의 영주신도회가 발족이 된 것이다.

초대회장에 취임한 이창만(영주 한마음치과 원장) 회장님은 20여 년 전을 회상하면서 축서사와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인연을 말씀하신다.

“축서사에 처음 왔을 때 보았던 아름다운 노을과 더불어 밥 짓는 아궁이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자체가 법문이었습니다.”며 축서사와의 첫 인연을 기억하는 회장님은 축서사에 사시는 스님들의 일상생활 자체가 불법이었음을 강조한다. “스님들의 눈빛과 얼굴모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는 것을 보면서 도(道)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고 지난 시간들을 회상한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오늘, 오랜 시간동안 가슴에 담아 놓았던 소중한 기억을 위해 이제는 무엇인가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이 회장님이 영주신도회 창립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끔 했다.

영주신도회를 이끌어 갈 중책을 맡게 된 소감을 물어보니 “20여 년의 무언의 설법이 많은 말과 글보다 더 크게 와 닿았습니다. 불립문자, 이심전심 이 모든 것을 체험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그러한 가르침을 준 축서사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영주신도회가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불법을 전할 것입니다. 또 부처님의 수행 실천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우리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회원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며 포부와 계획을 밝힌다.

마음에서 우러난 활동들

매월 초하루, 많은 신도들이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축서사에 오시는 날이다. 이 날은 축서사 신도회에서 원활한 법회와 진행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신도님들이 편안하게 불공드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을 비롯해 후원의 일을 책임지고, 공양간을 도와 법회에 참석하신 분들이 불편함 없이 점심공양을 드시고 가실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동안 축서사 신도회에서 활동해온 대부분의 신도님들은 봉화에 기반을 둔 분들이었다. 그분들을 중심으로 언제나 바쁜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를 분담해 가며 손발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제는 영주신도회가 발족함으로 인해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어려운 부분을 함께 의논하면서 더욱 체계적이고 탄탄한 신도회 활동을 기대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노란색 앞치마를 입은 봉화지역 신도님들, 빨간 앞치마를 입은 영주지역 신도님들이 물결을 이루며 후원과 선열당에서 봉사하시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고, 기도 수행하듯이 얼굴 가득 잔잔한 미소를 띤 모습은 축서사를 찾는 불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주신도회 회원들은 지금까지 축서사 신도회의 주축이 되어 온갖 궂은일을 맡아 해주었던 봉화신도님들의 노고를 덜어주고, 영주 신도회원들 간의 화합을 유도하며 부처님 전에 복 짓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특별한 모임을 갖는다. 법회일이 아닌 회원들의 일정이 여유로운 날을 정해 대웅전, 보광전, 보탑성전 등의 법당들과 사중의 손이 꼭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법당청소를 비롯해 안양원(기도하기 위해 축서사를 방문한 불자님들이 기거하는 처소)의 이불 빨래며 그동안 쉽사리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영주신도회의 손길을 통해 깨끗이 정리가 되고 있다.

회원들 간의 긴밀한 연락을 담당하고 회장님을 보조하는 초대 총무 성행수 보살님은 “언제나 봉사에 적극 참여해주시는 우리 보살님들의 마음이 정말 감사합니다. ‘불기자심’ 즉 자기와의 약속을 지킨 사람은 밤하늘의 별처럼 자기 생을 빛나게 한다는 성철스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신도회의 성실한 활동이 축서사의 발전에 조그마한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직 한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보겠습니다.”며 회원들과 자신을 스스로 독려한다. 어릴 적부터 남 앞에 나설 수 없을 만큼 소심했다던 보살님은 큰스님께서 추진하는 일의 한 부분을 함께할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한다. 하심하는 마음과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수줍게 웃으시는 모습은 천상 관세음보살님의 인자한 마음이 아닌가 한다.

‘평상심이 도’라며 진료 자체를 수행으로 연결하는 이창만 회장님. 환자를 봄에 있어서도 진료실이 선방이며 하루 진료의 시작함과 끝이 결제와 해제를 거듭하는 듯하고, 진료실을 나갈 때가 만행이라며 진정한 불자로서의 사명으로 일상생활에서 평상심을 보이신다.

회장님을 주축으로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회원 상호간의 화합이 오래도록 유지되고 따스함이 가득한 신도회로 거듭나시길 기원해보며,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으로 변해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똑같은 조건하에서 복 짓는 일을 하더라도 인연이 있는 이 만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복 짓길 발원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이 아닌가 한다. 복 많이 짓는 영주신도회가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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