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부처님 힘에 의지하길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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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8-08-09 17:52 조회3,341회 댓글0건본문
오로지 부처님 힘에 의지하길 권함
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다시 북에서 남으로 일만 여 리를 왕래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보아왔소. 그 가운데 평소 스스로 참선이나 교법에 통달했다고 자부하며, 정토법문을 마치 오물처럼 여기고 행여 자신을 더럽힐까 꺼리던 사람들이 많았소. 그런데 그들이 임종에는 대부분 손발을 어지럽게 휘저으며, 어머니 아버지 부르는 것을 많이 목격하였소. 반대로 착실하고 차분히 계율을 지키면서 염불하던 사람들은, 설령 믿음과 발원이 지극하지 못해 상서로운 모습까지 나타나지는 않았을지라도 모두 평안히 운명하였소.
그 까닭은 무엇이겠소? 본디 맑고 깨끗하던 마음의 물이 분별로 말미암아 출렁거리고 흐려지며 또 의식의 파동이 거세게 용솟음쳐 흩어 다니다가도, 부처님 명호로 말미암아 맑고 고요하게 응집되기 때문이라오. 그래서 지혜롭다고 잘난 체 하는 사람이 어리석은 듯 전념하는 이만 못 하다오. 기교를 부리기에 도리어 형편없이 되고 마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말하신 일체의 대소승과 권실(權實) 법문은 모두 모름지기 자기의 공덕과 힘에 의지하여 미혹을 끊고 진리를 증득해야 바야흐로 생사윤회를 벗어날 수 있소. 만약 미혹과 업장이 터럭만큼이라도 남아있다면 결정코 생사고해를 벗어나기 어렵소. 그래서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오랜 겁을 거치며 수행하는데, 개중에는 역량이 충분하여 후퇴 없는 용맹 정진으로 해탈할 수 있는 이도 있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언뜻 깨달은 듯 하다가 이내 미혹되고, 잠시 전진하는 듯 하다가 오래 후퇴하며, 영겁토록 벗어날 기약 없이 윤회하고 있다오. 나와 그대들이 오늘까지 아직 범부 중생인 까닭은 모두 상중하 세 근기가 두루 가피를 입을 수 있으면서도 지극히 원만하고 재빠른 정토 법문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오.
『능엄경』은 정토 법문을 모르는 자가 읽으면 정토 법문을 파괴하는 일등 공신이 되고, 반대로 정토 법문을 아는 자가 읽으면 정토 법문을 크게 떨치는 훌륭한 전도자가 되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자기 힘으로 도를 깨닫기는 몹시 어려운데 정토 염불로 극락왕생하기는 매우 쉽기 때문이오.
열 가지 법계(十法界: 불 ·보살· 벽지불· 성문과 육도중생)의 인과법칙은 하나하나 분명하오. 만약 부처님의 힘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비록 한 둘만 몰래 깨뜨려도 악마에 들려 미쳐 날뛰고 지옥의 씨를 심게 되오.
오직 자식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듯한(如子情母) 염불만이 마음을 지닌 모든 중생이 받들어 수행할 수 있다오. 단지 깨끗한 염두만 계속 이어진다면(淨念相繼) 저절로 염불삼매를 몸소 증득할 수 있기 때문이오. 좋고 나쁨을 분간할 수 있는 사람이 (능엄경의) 이 법문을 읽는다면, 누가 감히 오직 힘만 믿고 내세우며, 부처님의 힘에 의지하지 않으려고 하겠소? 물론 좋고 나쁨을 모르는 자라면 정반대일 것이오. 단지 박학통달한 대가가 되기를 원할 뿐, 생사해탈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오.
무릇 수행공부에 힘쓰는 것은, 본디 생사를 해탈하기 위함이오. 혼자 실컷 공부해도 생사를 끝마칠 수 없음이 분명한데도, 아직도 생사를 해탈할 수 있는 법문에 의지해 수행할 생각이 없다면, 이야말로 황금을 내버리고 깨를 짊어지는 어리석은 짓이 아니겠소?
참선공부를 하여 확철대오했다 할지라도, 예컨대 오조 계(戒)선사나 초당(草堂) 청(淸)선사나 진여(眞如) 철(喆) 선사나 단애(斷崖) 의(義)선사 같은 대가들도 오히려 생사를 해탈하지 못했다오. 그리하여 다시 다음 생을 받는 날이면 도리어 후퇴하여 미혹하고 마니, 전생에 비해서도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오. 하물며 우리 같은 범부야 말할 게 있겠소?
정토 법문은 여래께서 중생들을 두루 제도하기 위해서 특별히 베푸신 까닭에, 가장 원만하고 빠르며, 가장 넓고도 간단하며 쉬운 지름길이라오.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하겠소? 그밖의 일체법문은 모두 보고 생각하는 두 미혹을 완전히 끊어야, 비로소 생사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오. 보는 미혹을 완전히 끊으려고 해도 폭이 40리나 되는 큰 강물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만큼 어려운데 하물며 생각하는 미혹까지 끊기야 오죽하겠소?
보는 미혹을 완전히 끊으면 초과(初果:수다원)를 증득하고 생각하는 미혹까지 완전히 끊어야 사과(四果:아라한)를 증득하게 되오. 초과의 수준에서는 아직 생사윤회가 있고, 사과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비로소 생사를 끝마치게 되오.
그러나 얼마나 막심하게 어려운 줄 아시오? 자기 힘으로 미혹을 끊고 진리를 증득하여 생사를 해탈하기가. 여래께서 한평생 설하신 보통의 수행 증득 교리는 비록 법문이 여러 가지로 다양하지만 미혹과 업장을 지니고 있으면서 생사윤회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없소.
오직 정토 법문 하나만이 단지 진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을 갖추고 지성으로 부처님 명호를 지송하여, 극락왕생하는 유일한 길이라오. 미혹과 업장이 얼마나 두텁고 무거운지를 가리지 않고 수행 공부의 정도가 얼마나 깊고 내실 있는지도 따지지 않으며 임종 때 부처님의 자비력에 의지하여 업장을 그대로 짊어진 채 극락왕생하는 거라오.
-인광대사 가언록 ‘단박에 윤회를 끊는 가르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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