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속 출가자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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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8-08-09 17:51 조회3,178회 댓글0건본문
세간속 출가자의 마음으로
은종용_대구
3년 전, 그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우연한 기회에 불교TV에서 무여 큰스님을 뵙게 되었다. 빨려 들어가듯 시간 내내 지극한 법문 속에서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마음의 색다른 경험을 하였으니 그때의 느낌은 황홀함과 확신에 찬 인생에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날 이후 스님을 찾아뵈야 겠다는 마음이 떠나질 않았었다.
아내와 함께 한해를 참회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대구에서 출발하여 봉화 축서사까지 가게 되었다. 엄동설한, 춥다고 해도 이처럼 추울 수가. 축서사의 날씨는 밖에서 느끼는 추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뭇잎을 떠나보낸 나뭇가지처럼 두 손은 곱아서 펼 수가 없을 정도였지만 큰스님 이하 대중들이 모여서 함께하는 새벽예불 시간은 우렁차고 장엄했다. 그 장엄함이 엄동설한의 추위를 제압하였다. 축서사와의 첫 인연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25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고민을 했다. 앞날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마음은 불안하여 안정을 찾을 수가 없었으며, 삶에 대한 의미를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던 한 때였다. 잠시 출가를 생각했었다. 과연 부처님에 대한 신심은 어느 정도인지? 세상 속에서의 애착과 집착으로 이루어진 마음을 어떻게 정리하고 떨쳐버릴 수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주어진 생활 속에서의 소중한 인연들과의 관계를 점검해 본 후 불가의 인연을 다음 생으로 기약하며 출가의 뜻을 접고 재가자로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살아가기를 발원하게 되었다.
“거룩하신 부처님 당신의 가르침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당신의 가르침 안에서 지혜와 광명이 속히 성취될 수 있기를 발원하오며, 고통 받는 이들이 부처님 가르침 안에서 모두 함께 행복하여지기를 발원합니다.”
대웅전에서의 지극하고 간절한 발원을 하면서 한 가정의 아들이자, 남편, 아버지의 위치에서 불법 따라 실천하며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무여 큰스님과의 인연으로 돌아가신 조상님께 만년위패를 올려 드릴 수 있었고, 범종불사에 동참할 수 있어서 조상들께 자손으로 면목이 서는 것 같았다.
큰스님께서 언젠가 “돌아가신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고, 가정이 평안해질 수 있으며, 효도하는 가풍이 심어지니 만사가 원만해진다.” 고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장아함경』에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 자신을 의지처로 삼아라.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는 안된다. 법을 등불로 삼고, 법을 의지처로 삼아라.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 “자등명(自燈明) 자귀의(自歸依), 법등명(法燈明) 법귀의(法歸依)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법을 의지하고 삶의 등불로 삼아서 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자상하게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시며 지극하고 간절한 기도를 하여 성취하는 기쁨을 스스로 느껴 보라시는 큰스님.
정성이 부족한 탓으로 자주 찾아 뵐 수는 없으나 함께하는 마음이 항상 하기에 언제나 건강하신 용체를 보전하시어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 중생들을 구원해 주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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