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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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9-04-28 15:37 조회3,479회 댓글0건본문
대화의 소재
생활수행이라 할 때 흔히 염불이나 참선이나 기도나 간경 등을 먼저 떠올릴 수가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불자의 생활 수행에는 자기 자신의 사는 모습이 얼마나 8정도(八正道)에 계합되고 있는가를 관찰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입니다.
그날그날, 순간순간 자기의 사언행(思言行)에 깨어 있으면서 8정도에 맞게 다듬어 가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생활수행의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말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가 놓임으로써 관계가 형성되고, 관계 형성을 통해서 사람 사이의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말을 나눈다는 것은 늘 좋기만한 것이 아닙니다. 말 때문에 도리어 관계가 나빠지는 예가 많으니 보다 바람직한 말이 요청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여덟 가지 삶의 실천 덕목을 정하심에 그 하나의 덕목으로 바람직한 말하기를 제정하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참으로 많은 말을 하고 삽니다. 한 사람이 365일 입을 통해 한 말을 녹음기에 녹음을 하고 녹음된 그 말을 녹취하여 책으로 엮어 놓는다면 그 분량이 얼마나 될까요? 방대한 양이 될 것입니다. 그 방대한 양의 말들 중에 진정 유익했던 말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내 입에서 뱉어진 말이 상황, 상황에 얼마나 적절한가?’ 하고 말입니다. 물론 보다 적절한 말을 하고 살 필요가 있겠지요.
주고받는 대화의 소재를 관찰해 보면 그 사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대화의 소재를 의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원하는 인격을 길러갈 수도 있습니다.
대화의 소재를 어떤 유형으로 하느냐에 의해 사람의 인격이 결정된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필자가 간곡히 권장하는 대화의 소재가 하나 있습니다. 마음공부에 관한 것을 대화의 소재로 해 보자는 것입니다.
물론 목적이나 상황에 따라 대화의 소재는 다양하겠지만, 우리의 영성을 살찌우는 마음공부에 관계되는 소재가 대화의 장에서 자주 나누어지게 하자는 것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을 크게 해탈시키고 큰 자비로 채워지게 해야 할 터,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마음공부를 해야 할 것이고, 사람들과 대화의 자리를 갖더라도 가능한 한 대화의 소재를 마음공부에 관계되는 것으로 선택함이 좋을 것입니다.
자칫 많은 대화의 시간을 별 유익함도 거두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임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자기의 의도와는 달리 상대의 이야기에 끌려 별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만다든지 하는 일은 없는지 늘 살펴볼 일입니다.
대화의 소재를 유념하면서 그때그때 만나는 자리를 영성적으로 유익하게 꾸며보려는 사람이 극히 드뭅니다. 어찌 보면 슬픈 일이지요. 많은 경우, 만나는 사람들에게 마음공부네 유익한 자리가 되도록 유도하기도 해 보지만 힘겨운 일입니다.
인생이란 어느 시점까지의 시간을 의미할진대, 별 유익하지도 않은 이야기 거리로 많은 시간을 허송한다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닙니다. 대화의 자리에는 항상 소중한 생명의 시간이 담보로 잡혀질 수밖에 없는 법, 가능한 한 유익한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며, 특히 영성적으로 유익한 자리가 된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 용타스님의 ‘10분 해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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