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9-08-22 16:18 조회3,520회 댓글0건본문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인 연
강원태_(대일)안동신도회장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명예, 권력, 재물……. 이순을 바라보는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과의 소중한 인연, 불법과의 만남이야말로 귀한 인연이란 걸 새삼 느끼며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
오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서 다섯 살에 어머니를 여의고 유년 시절에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 큰 누님을 어머니처럼 여기고 자랐다.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다는 항상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몸과 잘생긴 외모로 낳아주시고, 세상에서 많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신 부모님께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다.
조금 더 오래 사셔서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거늘, 하물며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진 것은 어떤 인연공덕의 힘일까?
오늘의 내가 있도록 낳아주신 부모님과 항상 바른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일깨워주신 강석주 큰스님의 인연 덕분에 불법을 알게 되었고, 그 불법으로 경봉, 월하, 고암 대선사님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항상 큰스님들의 사랑 속에서 살아왔기에 그 어떤 힘든 일에도 좌절하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가슴 저 밑에서 꿈틀거리며 숨어 있는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 그것만은 평생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손을 잡고 가는 어린아이만 봐도 눈물이 쏟아졌다.
돌아서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수없이 훔쳐야 했던 지난날, 항상 모정에 목말라 있는 내게 강석주 큰스님과 관응 큰스님께서 부자의 인연을 맺어주셨다. 그분 역시 어머니를 부처님의 품에 보내고 항상 모정을 그리워하며 지내시던 일당스님이셨다. 자신을 어머니라 부르지 말라고 하신 당대 최고 비구니인 수덕사 김일엽 스님이 일당스님의 어머니이시다.
일당스님과 부자의 인연을 맺던 그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내게도 이제 아버지가 생겼다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가슴 벅찬 감정이 복받쳤다. 서로가 모정에 목말라 있었기에 부자의 인연은 그 어느 아버지와 아들보다도 다정했다. 비록 몸을 빌려 낳지는 않았지만, 부처님의 몸을 빌려 맺어진 부자의 인연이다. 낳아주신 부모님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기에 살아오면서 부모님에게 하고 싶었던 어리광과 투정도 부리고 싶었고, 두 손 나란히 맞잡고 여행도 다니고 싶었다.
아버지 스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림을 그리시는 화가 스님이라 스케치를 위해 중국도 함께 다녀왔고 부처님이 맺어준 부자의 인연이기에 부처님의 자취가 서린 인도도 함께 다녀왔다. 두 손 꼭 잡고 걸을 때면 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부처님이 옆에 계시다는 그 한 가지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항상 이렇게 좋은 인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1997년 11월 IMF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았을 때 나 역시 폭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 방울 한 방울 땀의 결실로 이루어놓은 회사가 하루아침에 사상누각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 그때 나에게 또 다른 인연이 찾아왔다.
난다여인이 구걸한 돈으로 부처님께 올린 등 공양이 세찬 비바람에도 꺼지지 않았던 것처럼 나 역시 영원히 가슴속에서 꺼지지 않을 불법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지금 조계종 원로위원이신 동춘 큰스님의 소개로 축서사의 무여 큰스님과 첫 만남을 갖게 된 것이다. 가슴에 증오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던 그 시절, 가슴의 화를 걷어내야만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그 말씀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부처님 앞에서 수백 번, 수천 번의 절을 하며 가슴을 비우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불법과의 인연은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인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의 안정도 찾았고 서서히 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볼 수도 있었다.
이렇게 무여 큰스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보광전 석불 보수와 준공식을 비롯하여 부처님의 진신사리 112과를 모시는 사리탑을 전국 방송으로 홍보하고 나니 신바람이 절로 나고 흐뭇했다. 보탑성전 준공식 이후 어머님의 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큰 누님을 영원히 부처님 품에 보내는 이별도 맞게 되었다.
축서사는 내게 불법을 가르쳐 주었고 엄마 같은 큰 누님이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는 마음의 고향이다.
인연이란 과연 무엇일까? 세상에는 평생 같은 동네에 살아도 인연을 맺지 못한 사람이 있고, 잠시 눈빛만 마주쳐도 피할 수 없는 인연이 되는 경우도 있다. 유난히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온갖 구실을 다 끌어다가 인연을 만들어보려고 애쓰고 노력한다. 하지만, 인연이란 애쓰고 노력한다고 해서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지만 이렇게 불법을 만나고 부자의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좀 더 나은 인연을 맺기 위해 나를 에워싼 환경을 잘 조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연이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지만, 좋은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도 상당히 필요하다. 인연이란 우리가 속한 환경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은 인연을 맺기 위해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환경을 잘 조성하여 모두 좋은 인연공덕을 맺기를 바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