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신 도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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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9-11-15 10:13 조회3,421회 댓글0건본문
먼저 가신 도반을 추모하며
조병규_대구
작년 여름 우리곁을 떠난 도반 박영곤 거사님을 추모하며 이글을 쓴다. 거사님을 처음 뵈었던 것은 26년전인 1983년이었다. 대구 중부경찰서 앞에 있는 사보이호텔 2층 강당에서 만났으며, 나와 같은 국세청 소속공무원인 것을 알았다.
그때 사보이호텔 2층 강당에서는 불교신행단체인 ‘구도회’에서 마련한 큰스님들의 연속적인 설법이 있었다. 그때 ‘인생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이며, 사람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라는 생의 근원에 대한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불교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나보다 8살 위인 거사님은 불교에 대해 많이 알았으며, 수행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구도회’에서 주관한 큰스님들의 설법도 몇 달 후 끝이 났으며 그 후로는 거사님을 못 만났다가 숙세의 인연 때문인지 12년이 흐른 1995년에 대구지방 국세청에서 같이 근무하게 되었다. 만나지 못한 기간 동안 거사님은 계속 불교 공부를 더 많이 하시고, 수행도 열심히 하신 것을 알게 되었다.
공부는 불교경전과 스님들의 설법 테이프로 많이 하신 것 같았으며,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선지식은 그때까지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거사님은 ‘스승 없이는 깨치기 어렵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면서 가르침과 점검을 받을 수 있는 선지식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워 하셨다.
그해 가을 어느 날 거사님은 봉화 축서사란 절에 도인 스님이 계신다며 같이 친견할 것을 권하였다. 그래서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배영민 거사님과 같이 세 사람이 무여 큰스님을 친견하게 되었다. 큰스님께서는 불교 공부의 단계, 불교 공부의 방법과 세속에 사는 불자로서의 바람직한 생활태도 등을 상세하고 자상하게 가르쳐 주셨다. 거사님께서는 자상하신 좋은 선지식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게 되었다며 무척 좋아하였다.
그때부터 거사님은 축서사를 자주 방문해 무여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열심히 참선 수행을 하였다. 거사님은 큰스님을 친견하신 몇 달 후 부터 매월 한주의 토요일 오후에는 빠짐없이 축서사에 가서 철야참선수행을 하고 아침에 큰 스님을 친견하여 가르침을 받았다.
거사님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출현하신지 25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깨치지 못해 중생으로 떠돈다.”며 늘 자신을 경책하였다. 세속에 살면서도 계를 지키고자 육식과 술을 삼가고, 매일 예불을 거르지 않으며 한결같이 수행자의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보문회’라는 불교신행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몸담고 있는 대구지방 국세청과 산하세무서의 불자회를 결성하여 초대 회장을 맡는 등 포교를 위해서도 헌신하였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분개하고, 청렴하여 넉넉하지는 못한 살림이었지만 어렵고 힘든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였다.
사람을 대할 때는 항상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였으며, ‘기필코 자성을 깨쳐 성불하여 중생을 제도하리라!’란 숭고한 서원을 금생에는 이루지 못하시고 병마로 작년 여름 59세를 일기로 우리곁을 떠나셨다. 거사님의 유골은 생전의 뜻대로 스승이셨던 큰스님께서 주석하고 계신 문수산 축서사 도량인 수목장에 모셔져 있다. 거사님으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나는 거사님께서 먼저 가신후에는 늘 가슴 한켠이 허전하였다. 가신 후에야 빈자리가 너무나 큼을 알게 되었으며 거사님과 같은 귀한 분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모습으로 태어나셔서 숭고한 서원을 반드시 이루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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