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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호및지난호

함께하는 기쁨 나누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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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9-04-28 15:29 조회3,0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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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기쁨 나누는 기쁨

성심행_봉화

축서사 교양대학과 대학원 수료과정에는 부처님 전에 1,080배를 올리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해 교양대학 재학 당시 직접 경험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시 선배들이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동참해 주신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나 역시 올해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 가을, 마치 장렬한 체념의 표현처럼 화려하게 물들었던 사찰 입구의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낸 채 찬 바람을 견디며 서 있다. 잘 견딘다는 것은 어려움이 오지 말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추위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스스로를 튼튼하게 단련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매년 겨울이 돌아오듯이 우리의 삶에도 힘겨운 겨울의 시간들이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새잎 피우고 꽃 피운 나무들처럼 집착도 고뇌도 벗어 던지고 맑고 상큼한 마음으로 현재를 살며 미래를 받는 일에 마음을 다하고, 삶을 감사하게 여기기를 서원하면서 도착한 축서사. 노을이 지고 이제 막 어둠이 내려앉은 청정도량 보탑 전에 삼배를 올리고 대웅전으로 향했다.

저녁 예불을 올린 뒤 혜산스님께서 작게는 가족의 고통을, 크게는 사바세계에서 고통을 받는 중생들의 아픔을 대신 하겠다는 각오로 참회의 절을 올리라는 법문을 하셨다. 그 말씀을 마음에 담아 죽비소리에 맞추어 324배를 올렸다. 잠시 휴식한 뒤 같은 방식으로 세 번 반복하고 마지막 108배로 마무리했다.

휴식시간에 마셨던 차와 과일은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로수처럼 달았다. 처음엔 너른 법당 안이 추워서 윗옷을 겹쳐 입고 절을 올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워져 윗옷들을 벗어야만 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옷에서 김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흠뻑 젖은 채 땀방울을 떨어뜨리며 한 배 한 배 참회의 절을 올렸다. 허리가 좋지 않아 뒤쪽에 자리를 잡고서 힘들면 쉬었다 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앞에서 무척이나 열심히 정성을 다해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 혼자 느슨하게 앉아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밤이 깊어 갈수록 관세음보살을 명호하는 소리가 큰 울림이 되어 고요한 산사의 정적을 흔들었다. 집에서는 108배를 한 번 올리는 시간도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축서사에서 108배를 올릴 때는 부처님께서 자비로운 미소로 내려다보시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많은 도반들과 더불어 절을 올리니 지루하거나 힘들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저 무한히 새롭게 솟아나는 힘, 함께하는 기쁨과 나누는 기쁨이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우는 순간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도반들과 마주 올린 삼배에는 환희심으로 가득한 기도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차마고도에 나오는 순례자들의 고행이 자신의 행복을 위하기보다는 세상 모든 사람의 평화와 평온을 기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성스러움에 다시 한 번 경이로운 마음을 표했다. 대웅전 계단을 내려오는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새털처럼 가벼웠다.

부처님의 보살핌과 큰스님의 원력 아래에서 모든 장애를 극복할 용기와 지혜를 배운다. 그리하여 노여움과 원망, 이기심에 미혹된 우리들이 부처님처럼 서로를 받들며 더불어 살아간다면 하루하루를 무지갯빛 꿈과 가슴 따뜻한 행복한 이야기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커다란 신심으로 정진하여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을 나눈 그날 밤, 초롱초롱 빛나는 별빛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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