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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주인공을 무대로 나오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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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9-02-10 17:15 조회3,2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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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주인공을 무대로 나오게 하라

정무스님_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 부처님의 법이긴 하지만 중생의 삶은 그다지 시간이라는 틀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가는 해, 오는 해를 따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단절시키고 구분지음으로서 삶의 구간구간을 점검하고 삶이 나아가는 지향점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염원이 큰 탓이라 여겨집니다. 묵은해를 보내며 참회와 반성을, 새해를 맞으며 각오와 포부를 다지는 일도 그러한 맥락에서일 것입니다.

저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온 지난 일 년을 돌아보았습니다. 갑작스레 신도국장 소임을 맡고난 뒤, ‘내게 맡겨진 소임이니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한 것 같았는데, 어쩐 일인지 지난 몇 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니 아쉬움과 참회할 일로 가득 채웠다는 자책이 듭니다. 위로는 부처님과 대덕 스님들을 모시는 일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또 한편으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목말라 있는 대중들에게 성심껏 부처님 말씀을 전달했는지 점검해보니 부족했던 부분들이 고구마 넝쿨처럼 줄줄이 엮여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처럼 소중하게 다가오니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길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새해에는 좀 더 느긋하게 주위를 살피며 작은 것에 소홀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우리의 세상살이는 작은 것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새해 발원은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큰일을 대범하게 보아서 균형 있는 일 년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새해를 맞이하는 풍경이 예년에 비해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합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드리운 경제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 탓이라 여겨집니다. 날마다 오르는 물가는 주머니 사정을 더욱 가볍게 하고, 실직의 불안 때문에 몸과 마음까지 위축되고 맙니다.

그러나 부처님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는 지혜가 충만한 불자라면 지금의 위기는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삶과 죽음을 목전에 둔 일대 위기 앞에서도 한 마음 다해 수행정진하시어 성도를 이루셨습니다. 그러니 위축되지 말고 힘차게 새해를 맞이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에 온 정성을 다하고 튼튼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닥쳐온 문제가 크면 클수록 더욱더 신심을 일으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잡는데 에너지를 집중시키고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거센 폭풍도 영원히 불어대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고요해지고, 오히려 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인생살이입니다. 기축년 새해는 그렇게 자신에게 맑은 기운을 불어넣고 지혜의 힘으로 무장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바로 내가 주인공이 되어 단단히 중심을 잡는 새해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내 속에서 잠자고 있는 주인공을 찾아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 주인공을 여러 가지 오염된 장막이 가리고 있어 무대 위로 나오질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주인공은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하고 가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원히 불변하는 것이며, 샛별처럼 반짝이고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때 묻은 장막 뒤에 가려서 모습조차 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이 없는 무대는 손잡이 없는 맷돌과 같습니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내 속에 있는 그 주인공이 온전히 무대 위로 얼굴을 내밀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의 주인공이 됩니다.

번뇌 망상에 물들지 않고, 오욕락에 빠지지 않으며 탐진치로부터 영원히 해방되어 있는 불성, 그것이 주인공입니다. 나의 주인공이 항상 무대 위에서 반짝이고 있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입니다. 날마다 지혜와 공덕은 쌓일 것이고, 업장은 점점 소멸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커튼 뒤에서 잠자고 있는 주인공을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춤추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일단 오염된 장막을 걷어냅시다. 욕심을 줄이고, 이웃을 돌아보며, 항상 즐거운 마음과 표정을 짓고, 참회하고 기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잠자던 주인공이 깜짝 놀라 커튼 앞으로 나설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우리의 삶이 달라집니다. 언행이 단정해지고 주위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며, 하는 일마다 소중한 결실을 맺게 됩니다.

오계를 수지해서 실천하고 육바라밀행을 부단히 닦아나가다 보면 내 속의 주인공과 내가 오롯이 하나가 됩니다. 당당하게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진정한 주인공이 되었을 때, 그 사람에게는 위기도 위기가 아닌 것이며 고난도 더 이상 고난이 아닌 것이 됩니다. 늘 여여하여 싫고 좋음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닦아왔던 지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면상무진공양구面上無嗔供養具

구리무진토묘향口裡無嗔吐妙香

심리무진시진보心裡無嗔是眞寶

무염무구시진상無染無垢是眞常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우리 불자들이 자주 접하는 게송입니다. 진실한 그 마음, 주인공의 얼굴이 저와 같습니다. 기축년 새해에는 이처럼 우리 모두 온전히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해가 되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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