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따라 찾아 온 축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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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10-02-25 14:57 조회3,133회 댓글0건본문
인연 따라 찾아 온 축서사
보광화_봉화
야단법석이 열리려나 보다. 사부대중이 밀물처럼 모여들고 하나 둘씩 자리가 정돈되고, 모두 일어나서 예를 드리는 가운데 큰스님께서 들어오셨다. 나 역시 도반과 함께였다.
큰스님께서 상단을 둘러보시고 계셨는데 다기에 물이 채워져 있지 않음을 아시고, 손수 다기를 내리시더니 선뜻 내게 주시면서 받아오라고 하셨다. 제가 아직은 올릴 만한 그릇이 못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단호하면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아니야, 이제는 보살이 올릴 때가 되었어.”하시면서 미동도 않고 기다리고 계신 것을 보고 다기를 받아서 드렸더니 손수 부처님께 올리시고는 미소를 지으셨다.
알람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꿈이었다. 한동안 헤매던 마음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나를 어디에 주저앉힐 것인가?’하고 오줌 마려운 개처럼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구의 권유도 아닌, 마치 자석이 쇠붙이를 끌어당기듯이 자연스레 축서사에 왔다. ‘아, 이것이 인연인가 보다’하고 말이다.
약 20여 년 전에 맺은 축서사와의 인연이지만 이래저래 핑계만 무성해져 멀어지고 있었다. 결혼 후 시어머님이 지성으로 신심을 내고 있는 것을 알고 시어머님이 다 알아서 해주고 계시리라 믿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해주셨기에 등한시 하다시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 법회를 마치고 뵈러 갔더니 하시는 말씀인즉,
“이제는 축서사에 가서 마음을 닦아라. 그러면 이제 나도 좀 쉬엄쉬엄 가도 되고.” 나는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어머님, 이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열심히 할게요.”
시어머니께 마음의 약속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고민스러웠다. 가는 길에 장애가 있고, 그것이 집착이라면 방하착하고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도반과 백일기도를 하기로 결심했다. 덜컥 입재를 하고 보니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용맹심도 싹텄다.
알람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기도시간에 늦을 때의 미안함과 일어나지 못하는 도반을 깨울 때의 안타까움, 법당의 찬 기운에 입김을 내뿜으며 ‘천수경’ 독경과 ‘관음정근’할 때 스님의 목탁소리와 한 마음이 되어 있을 때 등 말로 다할 수 없는 이야깃거리와 추억들을 남긴 백일기도였다. 한 번씩 지나는 길목에 가끔 가로질렀던 동물들이 산 증인이랄까.
백일기도를 회향하면서 돌아보았다. 인연의 흐름에 따라 청정도량 축서사에 이르렀고, 마음의 동요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꾹 눌러야 되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고마운 도반들이 함께 있기에 맹추위에도 마음만은 따뜻하지 않았나 싶다.
경인년 새해 타종과 함께 새벽 예불을 드리면서 발원을 했다.
‘가족의 건강은 물론이고 건강한 삶 속에서 끝도 졸업도 없다는 이 수행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지혜를 주시옵소서. 그리고 도반과 함께 성불에 이르게 해주옵소서.’
참 황당한 발원이지만 다른 소망들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씨앗이 껍질을 깨고 하늘을 바라보며 싹을 틔우려면 거름과 물이 필요하듯이 마음의 밭에도 수행정진이라는 양식을 끊임없이 공급해주어야 무명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이 인연 저 인연에도 집착 없이 이어가지 않을까. 새해 흐르는 구름에 실려가듯이 인연 따라 가보리라.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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