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 님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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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10-06-06 10:33 조회3,237회 댓글0건본문
가신 님을 그리며
신금조_대구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다고 합니다. 제행무상(諸行無常)하고 무상신속(無常迅速)이라 했는데 자연과 더불어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인생의 무상 신속함을 절실히 느끼면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하루하루를 잘 살아야겠습니다.
과연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수많은 사람 중에 어떠한 인연으로 만났을까.
무슨 인연으로 만나고 헤어져야만 하는 것일까.
한때 둘이서 걷던 뒷산을 오르내리면서 많은 상념에 잠기게 됩니다.
지아비인 박○○거사는 제가 보기에도 두터운 선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선법회를 생각하니 지난날이 떠올라 두서없고 부족한 글이지만 적어 봅니다.
대중이 같이 참선할 수 있는 방사가 마련되었고 많은 도반들이 모여 참선하는 요즘 건강하게 계셨더라면 얼마나 환희심을 내셨을까 아련히 그려봅니다. 참 나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고 애쓰며 여러 선지식과 선방들을 찾아다녔던 것을 생각하면 많은 아쉬움이 듭니다. 기약 없이 사대육신과 모든 걸 놓아버리고 떠나셨지만 진정으로 오롯한 참 주인공은 문수산 향로봉에서 물소리 바람소리 자연을 벗 삼으며 깊은 선정에 드셨겠지요. 이제 볼 수도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왠지 장기출타한 느낌입니다.
거사님은 정말 올곧게 잘 살려고 노력했던 정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과묵하고 세상일에는 욕심이 없던, 물들려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도(道)에 대한 집념은 남달랐습니다. 항상 용맹심(勇猛心)을 내야 한다고, 대분심(大憤心)을 내야 한다고, 얼마나 많고 많은 불보살님이 계신데 나는 지금까지 뭘 하고 살았기에 중생 노릇이나 하고 있느냐고, 또 금생에 허송세월하면 어느 날을 기약하느냐고 했습니다. 엄벙덤벙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는 것이 수유(須臾)와 같아 항상 영원하지 않음을 남은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앞으로 죽기 마련이지만 까마득히 먼 일로 생각하고 있지요.
근기대로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듯이 주위 분들은 거의 뜻하는 바가 같은 분들이시고 그분들이 계신 것이 나에게도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인연들을 맺어준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이끌어오던 청림 보문회는 잠시 쉬고 있지만 곧 다시 열릴 것입니다. 한 사람의 무게 중심을 느낄 수가 있으며, 그 빈 자리가 크게 보입니다.
사실 그는 반려자이자 도반으로서 나에게 고마워했고, 많은 것을 일깨워주려 애썼으며 좋은 말씀이나 구절이 있으면 인쇄해 주면서 매일 읽고 새겨 자기 것으로 만들고 경책하라고 하는 등 자상하게 지도해주시는 스승이었습니다.
나는 그분을 당연한 듯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항상 공부가 생활이니 나도 자연스레 이슬비에 옷 젖듯이 훈습이 되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한 줄 알면서도 표현은 하지 못했습니다. 나에게 불법을 만나게 해주었고,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언제든 모르면 물을 수 있었고, 답해줄 수 있었으니 함께 한 세월이 얼마나 다행이었던가 싶습니다. 맹구우목(盲龜遇木)이란 말이 생각납니다[人生難得, 佛法難逢].
자기가 정리하고 좋다 싶으면 혼자 보지 않고 나를 챙겨주고, 수행인으로서 함께 살아가고자 힘썼던 흔적을 보니 안타까움에 어쩌지 못해 가슴만 아려옵니다. 가시기 며칠 전에도 얘기를 나눴는데, 얘기라는 게 공부에 대한 것이니 법문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여느 때도 그랬지만 내가 호응하며 들으면 그는 약간은 상기된 표정이었는데 그날도 그랬습니다. 받아 적고 싶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라 다음에는 적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때가 마지막이 되고 말았습니다.
항해를 하다 선장을 잃고 표류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는 나에게는 선지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부로서의 정(情)보다도 선지식을 잃은 나의 마음은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전생 업이 빨리 나타난 것이라고 해야만 할까요.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기에 부부의 연을 맺고, 또 이리 헤어지게 된 것일까요. 필연인가, 아니면 나의 부덕함 때문일까요.
가시기 얼마 전에 매사에 감사해야 한다며 ‘나는 이렇게 적어봤다’고 하면서 미소와 함께 이 글을 나에게 주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렇게 구체적으로 열거한 것이 마음의 정리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범사(凡事)에 감사하고 모두를 평등공경, 사랑하고, 겸손하니 이를 즐겁게 여기고 행복하다.
나의 반려자 불도화 보살에게 항상 감사한다. 내 옆에 있어주고 의식주를 해결해주니 감사한다. 착하고, 가정을 위한 노력에 대하여 감사한다.
문수혜, 장경 : 착함, 반듯함, 공부, 건강, 성실해서 감사한다.
무여 큰스님, 일가친척, 공기, 산천(山川) 등 자연에 감사한다.
윤용섭 선생님, 보문회원, 일심회원, 문강명님에게 감사한다.
불법 만남에 감사한다.
항상 불보살님과 신장님이 옹호하고 있으니 행복하고 감사하다.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두 딸은 당신의 가르침을 잘 받들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늘 깨어 있어 일념(一念)도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놓치지 말고, 망상이 일어나면 곧바로 알아차려 관세음보살을 염(念)하라 했던, 긍정적으로 감사하며 살라 하신 당신의 그 뜻과 정신을 받들어 부지런히 정진하며 참되게 살리라 다짐합니다.
세상사 모든 것 여의시고 극락왕생하소서. 고귀하신 그 뜻 반드시 이루시리라 오늘도 두 손 모아 기원 드립니다. 성불하십시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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