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가 시작이고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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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작성일06-02-10 17:21 조회5,550회 댓글1건본문
[유니텔 부처님나라 참선법문]2002년 7월
마음공부가 시작이고 결론이다
축서사 무여큰스님
"어제 몇 시에 오셨던가요?"
"9시에 왔습니다."
"9시에? 아, 늦게 왔구나..."
"그래, 좀 되는 거 같애?"
마음공부는, 되는 분은 의외로 쉽게 되고, 잘 안 되는 분은 어렵다, 안 된다, 그래서 못하겠다, 그런 생각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얼마나 하고 싶은 생각을 내느냐가 중요해요. 그 말은, 발심(發心)이라고 하는데, 꼭 하고 싶은 마음을 내서 정성껏 지극하게 하면 의외로 쉽게 되고, 그냥 보통으로 하면 잘 안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래요. 즉 마음먹기에 따라 아주 쉬울 수도 있는가 하면, 아주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 공부는 어떤 마음을 먹느냐가 아주 중요해요. 마음을 지극하게 정성껏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할 때도 아주 폭 빠지듯이 간절하게 고래 하면 의외로 쉽게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좀 어렵다, 잘 안 된다 그런 생각을 하기가 쉬워요.
그래서 마음공부는 세수하면서 코 만지기 보다도 쉽다는 기라. 세수하다가 보면 손에 코가 으례히 닿아요. 아주 쉬운 기라. 그것처럼 의외로 아주 쉽게 바로 될 수 있는 것이 이 공부래요. 그런가 하면 어려운 분은 아주 어렵다, 잘 안 된다 별 말을 다 하지. 어쨌든 할 때 아주 하고 싶게 하고 열심히 아주 지극하게 하는 그런 습(習)을 들여요. 이거는 형식적으로 흉내내듯이 하면 잘 안 돼요. 아주 되게 하면 의외로 잘 되고...
정우) "공부가 안 된다고 느낄 때도, 되고 있는 건지요? 그런 얘기가 있던데요..."
큰스님) "안 된다고 느낄 때도 아주 안 되는 게 아니라. 계속 반복을 하기 때문에 좀 진하게 느끼지 않을 따름이라. 아주 진하게 느껴지면 그건 스스로 참 완벽하게 느껴지는데, 진하게 안 느껴지니까 안 되는 것 같고, 이래 해서 되겠느냐... 하는 번뇌망상을 많이 피우게 되는데, 되고 있어요. 다만, 되더라도 진하게, 정말, 느껴질 정도로 안 될 따름이지 안 되는 건 아니 라. 그래서 한번 한번 설사 안되더라도 하는 그 자체에 큰 뜻을 두고 애쓰라는 이유가 바로 그거래요.
요즘 사람들은 1 더하기 1은 반드시 2가 돼야 되고, 뭘 하더라도 꼭 성과가 있기를 바래. 일도 하루만 하면 일당이 생기는 거라. 그런 것이 인제 습성화됐기 때문에, 즉 반드시 가시화돼야, 좀 볼 수 있어야, 느낄 수 있어야, 되는 것처럼 생각하기가 쉬워요. 마음공부는 볼 수도 없고 느끼기가 어려워. 그래서 잘 안 되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지 몰라도, 안 되는 건 아니라. 조금이라도 되고, 도움이 되는 기라. 다만 느낄 정도로 잘 안 된다 하는 기지. 그래서 요즘 사람이 (마음공부를) 좀 답답해 하고, 아이고 그거 하겠나 하고 생각하는 많은 이유가 바로 그거라. 보통일은 하면 하는 만큼 반드시 성과가 있는 기라. 근데 마음공부는 그렇게 느끼기가 어려워요. 그런 대로, 일촌(一寸) 앉으면 일촌(一寸) 부처가 된다, 즉 한순간이라도 앉으면 그만큼 부처님에 가깝다는 기라. 즉 그만큼 마음공부가 된다는 거래요. 그래서 많이 앉으라, 많이 해라, 그런 말을 해요.
어쨌든 이 공부는 꼭 해야 될 공부다, 안 할 수 없는 공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돼. 요새 주식하는 분들이 그런 분들이 많다고 하대. 하루에도 몇 번씩 뭐 넣고 빼는 가 보대(Day Trader를 말씀하시는 듯^^). 그런 생각을 하면 공부는 못해요. 아주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돼. 일생을 보고 투자하듯이 그렇게 큰 투자를, 큰 삶을 살아야 돼... 뭐 잠깐 반짝하고 바로 느껴지고 그런 것이 아니래요, 뭐 그럴 수도 있긴 있지만... 그래서 큰 고기를 잡으려면 낚시꾼도 좀 참을성이 있어야 되듯이, 좀 느긋하게 참아 가면서, 생활화해가면서 일생동안 해야 될 수행이 바로 그거래요. 이건 책을 보는 것보다, 일반 교양을 습득하는 것 보다, 그 어떤 것보다도 결과적으로 앞서는 가장 좋은 공부라면 공부고, 수행이라면 수행이고 그래요. 그렇다는 생각을 하고, 어쨌든 그 가벼운 생각으로 자리를 펴곤 하는(?) 그런 생각은 안 해야 돼요."
정우) "큰스님, 몰라도 될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망상이란 게 대부분 과거에 겪었던 일들 일텐데요, 한번 떠올랐다고 다시 안 떠오르는 건 아닌 거 같거든요. 떠오른 망상은 어떻게 처리되는지요?"
큰스님) "망상은 뿌리가 깊은 것이 있고 얕은 것이 있어. 뿌리가 깊다고 하는 것은 금생뿐 아니라 전생, 전생... 뭐 몇 생이나, 아니면 한 생이라도 아주, 어떤 사건이나 사고같은 그런 그 뿌리가 깊은 망상이 있고, 금생에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고런 잡다한 그런 망상도 있고... 그래서 잡다한, 뿌리가 얕은 그런 망상은 한번 하고 나면 없어지기도 쉬운데, 그러나 뿌리가 깊은 그런 망상은 없어지기가 어려워요. 그러나 어떤 망상도, 망상 자체에 신경을 쓰지 말아요. 일어나도 일어난다, 왜 일어나느냐, 망상을 없애야겠다... 이런 저런 잔신경을 쓰기가 쉬운데 그런 망상에 대한 신경을 일체 쓰지도 말고, 망상에 대한 관심도 갖지 말고, 망상은 떠오르든 말든, 너는 너고 나는 나라식으로, 오직 그럴수록 더 지극하게 더 정성껏 고것만 애써 나가요. 그러면 망상은 저절로 없어져 버려요. 망상에 신경을 쓰다가 보면 망상이 또다른 망상을 낳아. 즉 망상이 또 새끼를 치고 또 새끼를 쳐. 그래서 망상이 더 심하고 갈등을 빚고 괴로워하다보면 마음공부하고는 거리가 멀어... 마음을 닦는다, 참선을 한다, 수식관을 한다, 뭐 수식관도 참선인데, 마음공부를 한다, 도를 닦는다 이런 말은 어떤 말인가 하면,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걸 말해요.
이 마음공부는, 마음을 닦는다,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참선을 한다 는 것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이라. 고요하게 할려면, 화두는, 화두나 염불이나 수식관도 마찬가지고, 불교적인 수행법은, 번뇌망상으로 인해서 탁하고 온갖, 그런,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잡생각으로 인해서 흐려진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 마음을 맑게 할려면 마음이 고요해져야 돼요. 고요하지 않으면 맑아지지 않아. 그래서 마음공부하는 목적은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고 해도 괜찮고 마음을 맑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해도 괜찮아요. 즉 고요해지면 맑아져요. 즉 도를 닦는다는 것은 마음을 밝히기 위해서라. 즉 맑게 하기 위해서라. 참선을 한다는 것도 그렇고, 염불을 하는 것도 그래요. 염불도,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에 정신을 집중시키는 것이 염불의 목적이라. 집중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기 위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살아가면서 별 생각을 다하는데, 그런 생각을 다 없애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기 위해서, 고요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건 맑게 하기 위해서라.
이 마음은 온갖 번뇌나 망상으로 인해서 흐려져 있는 기라. 즉 때묻어 있어요. 때묻어서 흐려져 있는, 탁해져 있는 그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마음공부를 한다, 도를 닦는다, 참선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 참선의 목적은 마음을 맑게 하는 기라. 마음을 맑게 해서, 마음이 맑아진 상태에서 더 맑게 해서, 즉 더 맑아지면 마음이 밝아져요. 밝아지면 깨쳐요. 즉 구름이 다 걷히면 태양이 드러나듯이 근본 자성이 드러나는 기라. 근본 자성이 드러나게 밝히는 것이 목적이라. 그렇게 밝히려면 마음을 맑게 해야 돼요. 마음을 맑게 할려면 마음을 고요하게 해야 돼요. 그래서 수식관을 하고 염불을 하는 이유가, 마음을 고요하게 하기 위해서라. 보살들이나 처사들의 마음은 헐떡거리고 늘 괴로워해, 그래서 마음 자체가 흐려져 있어, 때묻어 있어. 그것을 맑게 하고 밝게 하는 작업이 참선이라, 즉 수식관이고 염불하는 것이고 다 고것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이라. 그래서 마음공부가 뭔지, 수식관하는 이유를 아셔야 돼요.
그래서 그 이유와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늘 강구해요. 대책을 세우고 그것이 잘되게 하기위해 여러 가지 나름대로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늘 생각하고 그렇게 잘 할려고 애쓰고 그래요. 수식관을 하더래도, 수식관을 하든 관을 하든, 아주 마음을 진정시켜야 돼요. 진정시켜서 호흡을 지극하게 하면서 하나, 둘, 셋 헤아려 나가야 돼요. 그렇게 헤아리면서 집중을 시키고, 호흡을 하면서 집중을 시키고... 집중을 시키는 기 중요해요. 집중은, 고요하게 하기 위해서, 집중이 돼야 고요해지고, 집중이 돼야 맑아져요. 집중만 확실하게 되면 맑아져요. 화두 참선은 이뭣고 화두를 하면 바로 집중이 될 수도 있고 집중이 잘 안될 수도 있는데, 바로 집중이 안 되는 분들은 번뇌망상이 많은 분들이래요. 번뇌망상이 없어지는, 없어지면서 서서히 집중이 돼요. 집중이 되면서 고요해져. 고요해지면 맑아져. 수식관을 하는 사람들은 수식관을 함으로써 집중이 되는 기라. 집중이 되면 맑아져요.
공부라면 공부고, 수행이라면 수행인데, 공부중의 공부가 바로 이건 기라. 왜냐, 자기의 그 근본 마음을 참으로 밝히려고 하는 공부가 공부중의 공부라. 세속의 보통 공부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이제 공부한다 그러지, 지식을. 책을 보고 강의를 듣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공부한다고 해요. 그러나 이 공부는 반대라. 있는 지식, 알음알이를 없애는 공부라. 세속의 보통 삶은 아는 것이 힘이다, 할 정도로 지식 자체가 큰 힘이 되는 기라. 그 지식으로써 회사에 다닐 수 있고 지식으로써 먹고 살 수가 있어요. 세상도, 그 지식이 세상을 이끌어 가요. 지식이 좀 판을 치는 그런 세상이라. 요새 지식이 없으면 무식한 사람이다 멸시를 당하고 외면을 당해요. 그런데 그 지식이 할 수 있는, 지식이 해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요. 그것은, 지식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도 밖에 들어가질 못해요. 즉,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도 밖에 연구하고 공부할 수 밖에 없어요. 실제 참으로 대단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그런 단계에 참으로 대단한 것이 있어요.
지식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일상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유익한 그런 정도 밖에 안돼... 즉 진리의 세계는, 볼 수 없는 그런 진리의 세계는 지식으로는 체험을 못해요. 진리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지식을 끊어야 돼요. 진리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선(禪)이라. 요새 사람들이 어렵다, 공부하기가 힘들다, 그런 이유중의 가장 큰 이유가, 어릴 때부터 늘 배워서 자랐고, 온통 지식으로 중무장한 사람이나 다름없어. 그런 사람이 그 지식을 좀 버리듯이, 지식을 스톱시키고, 지식으로써 느낄 수 없는 그런 세계를 느낄려고 하니까 어렵다고 하는 기라.
알면 아는 것만큼 번뇌나 망상이 일어나기가 쉬워요, 아는 것만큼. 배우면 배운 것만큼 그만큼 생각이 깊어지는 기라.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잡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잡생각을 하면 마음이 흐려져요. 아무 잡생각도 안하고 아주 고요해야 돼요. 그래야 마음은 드디어 맑아지는데, 온갖 생각,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많이 하니까 마음은 흐려지고 그런, 생각으로 일어난 번뇌나 망상을 다 소멸시키고, 아니면 못 일어나게 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해서 즉 집중을 시킴으로써 마음이 고요하게 돼서 맑게 할려고 하니까 좀 어렵다는 기라. 대근기는, 큰 사람은 아주 쉬워요. 그러나 중, 하근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고 방법 자체만 잘 하면 의외로 쉬워요. 어쨌든 수행이 뭐다, 수행을 왜 해야 되는가, 수행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가, 고런 근본은 알고 그래 하는 습을 들여요."
정우) "화두 공부의 요체가 의심이라고 한다면 염불은 일념인거 같은데요, 일념이 되기만 한다면 관세음보살이나 지장보살을 염하지 않더라도 자나깨나 한가지에만 생각을 집중하면 그것도 지장정근이나 관음정근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건지요?'
큰스님) "화두는 그냥 보통 문제처럼 생각해서는 안돼. 그건 아주 깊이가 있는 즉 옛날 큰스님들의 살림살이가 드러난 법문중의 법문이라. 예를 들어서 무자(無字)같은, 보통 사람이 생각할 때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건 아주 대단한 법문중의 법문이라. 그걸 타파하면, 그걸 깨치면 바로 부처자리라. 그것이 화두라. 그런데, 보통 화두 아닌 일반적인 사고로 깊게 들어갈 수도 없고, 일반적인 사고는 설사 생각을 좀 한다 하더라도 하다가 보면 싫증이 나고 멀어지기가 쉬워요.
그래서 보통, 어떤 주제로 생각하는 것은 깊게 들어갈 수가 없어. 다만 그것을 알음알이로써 좋으냐 나쁘냐 그런 번뇌망상을 피우는데, 그런, 명상은 별로 도움이 안돼. 다만 고 주제를 생각하는 데는 좀 깊게 되겠지.(제 질문이 명확하지 않아서였는지, 답변내용이 질문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다시 여쭈었습니다)"
정우) "천 칠백 공안은 검증받은 길이란 말씀이신대요, 정근도 (뭐가 됐든) 무턱대고 한가지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인가요?"
큰스님) "정근도, 한가지를 해야 돼(이 부분은 조금 다르게 이해하신 듯 합니다^^). 염불은 대단한 의미가 있는 데, 보통 그냥 웬만한 평범한 그런 망상으로서 오랫동안 염하는 것하고는 달라(제가 여쭈었던 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아미타불 같으면, 아미타불이란 아주 대단한 존재라.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아주 대단함이 있는 분이라. 그래서 그런 분은 아무리 염해도 매력이 있는 기라."
정우) "명호 자체에 큰 뜻이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큰스님) "염하는 자체에도 뜻이 있지만, 실제 아미타불 자체가 그만큼 대단한 그런 분이라는 기라. 대단한 매력이 없으면 염불을 할 수가 없어. 예를 들어서 가까운 친구라도, 아니면 애인이라고 합시다. 사랑하는 남자가, 평범하고 보통 이하 같으면, 몇 번 생각하다가도, 설사 좀 사랑하더래도, 깊은 사랑을 느낄 수가 없는 기라. 그런데 그 남자가, 아주 대단한 그런 남자라면 매혹이 되고 뭐 빠지지 않을 수가 없고 생각만 해도 즐겁기도 하고... 그런 남자 같으면 자기가 아가씨라면 생각할수록 즐겁고 좋고 아무리 생각해도 만족스럽지가 않는 기라. 그래서 더 미치듯이 생각할 수도 있듯이, 즉 남자에 대한 매력이 없으면 생각을 깊게 할 수가 없듯이, 아미타불도 그렇고 지장보살도 그래. 매력이라면 한없는 매력을 줄 수 있는 대단한 인물이라. 그래서 염불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고 더 나아가서 미치지 않을 수가 없는 기라."
관음행) "수식관을 했었는데 결혼하면서 잘 못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저도 모르게 자주 관음정근을 했는데요, 주변에서는 차라리 염불을 하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기도하는 마음이(염불) 더 커지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또 수식관을 했는데, 이렇게 염불과 수식관을 왔다갔다 하면서 병행해도 괜찮은지, 다시 수식관을 해야 하는지요?"
큰스님) "(결혼해서)잘 사는가? (네) 염불이나 수식관이나, 내게 맞는 그런 방법을 취해야 돼요, 내게 맞는. 그것은, 내 취미나 기호에도 좀 맞아야 되고, 내 생활에도 좀 맞아야 되고, 그런가하면 내 현실에 좀 맞아야 돼. 그래서 어떤 분은 수식관 하다가, 이제 보살같은 분은, 수식관보다는 아마 관세음보살, 염불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아, 염불을 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이제 막 결혼한 사람이고, 결혼한 사람같으면 여러 가지 바라는 것도 많고 잘 살려고 내면적으로 많은 생각을 할 거예요. 그런 것은 수식관으로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은 기라. 그래서 염불을 하는 분이 많은데, 고런 분은 염불을 하는 것도 좋아요. 기도하는 것도 좋아요. 그래서 기도를 좀 잘 해서, 좀더, 여성으로서, 장차 애기 엄마가 될 사람으로서, 아내로서, 더 잘 살고 더 잘 하고 더 열심하 살고 소원하는 바가 나름대로 성취되게 하기위해서 부단히 애쓰고 노력할려면 뒷받침이, 백그라운드가 있어야 돼요. 그래서 기도를 하는 그런 예가 많은데, 보살같은 경우는 한 6개월이나 내지 1년 정도는 기도를 하는 것도 좋아요."
관음행) "그리고 나서 다시 수식관을..."
큰스님) "음, 그러고 나서 수식관으로 돌려도 괜찮아요. 보통 수식관 하는 사람이, 주부들같으면, 아이 문제라든지 남편 문제,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또 수식관하는 분이 있어요. 수식관 입장에서는 별 도움이 안되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렇게 해야 하는 거 같은 기라. 또 실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은 불부터 먼저 끄고 봐야 돼요. 그렇듯이, 중요한 사항을 해결해놓고 그래 하는 것도 한 방법이래요. 그렇게 애쓰면, 애 쓸 때는 아주 쉽게 하고 좀 열심히 하는 기라. 그래서 전반적으로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관음행) "수식관을 하고 나면 조금을 앉더라도 몸이 가벼워지는데요, 염불은 어떻게..."
큰스님) "염불을 한 100일 정도는 해 보지. "
관음행) "어떻게..."
큰스님) "수식관하듯이 해. 수식관보다 좀더 열심히 할 수 있으면 더 열심히 하고. 시간은 많이 할수록 좋으니까. 수식관보다는 더 해야 돼. 사실은 수식관은 그냥 형식적으로 흉내내듯이 거의 했을 거야, 그러니까 또 잘 안 되고... 다른 처사나 보살님들도 비슷할 거예요. 하루에 많이 해도 뭐 한 2시간 정도... 3시간 하기도 어려울 거라. 그래 하니까 사실은 잘 안되는 기라. 그것보다는 좀 더 열심히 지극하게 고래 하세요."
관음행) "묵언으로..."
큰스님) "그렇지. "
정우) "불자로서 바라는 바가 있어서 간절히 기도를 하는 사람과, 종교는 없지만 나름대로 바라는 바가 있어 간절하게 염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간절함의 정도가 같다면 두 사람의 이루어지는 바가 같은가요? 간절하기만 하다면요."
큰스님) "그렇지. 얼마나 간절하게 성심성의껏 하느냐, 또 부처님의 말씀을 얼마나 믿느냐 그것이 중요해. 참으로 믿고 간절하게 성심성의껏 하면 불자건 불자가 아니건, 기독교인이든 불자든 그거는 관계가 없어."
정우) "부처님을 부르든 안 부르든이요?"
큰스님) "그렇지. 그래서 기독교에서 이야기하는, 기독교를 안 믿으면 사탄이다, (그런 말이) 거짓말인기라. 거짓말인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기독교를 믿든 안 믿든. 기독교 입장에서는 그런 말을 할지 몰라. 즉 기독교를 믿어야 된다는 그런 뜻에서 하다가 보면 사탄이란 말을 썼을지 몰라도, 사탄은, 어느 정도 얼마나 지극하게 정성껏 애를 쓰느냐 그것이 중요하지, 믿고 안 믿고 그것이 더 중요하질 않애. 믿음은 그것을(기도를) 좀더 진하게, 열심히 하게는 해. 그러나 꼭 뭐 믿어야 잘된다는 그런 법은 없어. 수식관도, 전혀 불자가 아니라도 수식관 잘 하는 사람이 있는 기라. 그러면, 그 사람이 쉽게 느껴지고, 그 사람이, 참으로 하는 보람을 느낄 수가 있어요. 그건 불자든 아니든 관계없어요. 그것을 얼마나 제대로 잘 할 수 있느냐, 문제는 그거예요.
다만 잘 할려면 그만큼 믿음도 강하고, 아까 얘기했듯이,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내야 돼. 그것을 내기가 좀 어려워서 그렇지, 어떤 사람들중에서는 아주 의외로 큰 사람들이 있어요. 전에도 비유를 했지요. 석탄을 캐는데, 노천에 있는 탄광이 있어요, 노천에 있는 탄광. 그러면 포크레인을 갖다가 실어다가 사용하면 그대로 아주 좋은 그런 탄광이 있다는 거래요. 그런 탄광하고 몇백 미터 파고 들어가서 캐는 탄광하고 달라요. 몇 백미터 파고 들어가서 캐기란 얼마나 어려워요. 그렇듯이 사람중에서 그릇이 큰 분이 있고 좀 적은 분이 있어요. 즉 번뇌망상이 아주 적은 분이 있어요. 어떤 분은, 부부지간도 그렇다고 하대. 큰 사람은 부부지간에 싸움하고는 누우면 코 고는 기라. 근데 여성들은 안 그래요. 한번 싸우고 나면 두고두고 꽁하면서 며칠씩 잠을 못자는 기라, 밥도 안 먹고 온갖 신경을 다 써가면서... 그런 분이 있는가 하면, 싸우더라도 한번 확 싸우면 그걸로 끝내버리는 기라. 더 이상 생각을 안해요. 그래서 누우면 바로 코 골아요, 언제 싸웠더냐, 그런 분은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싸운 사람같지가 않애요."
정우) "큰스님, 그런데 그렇게 되면 본인은 잊어버리니까 속이 편한데 상대방은 더 화가 나거든요, 현실적으로는요.(웃음)"
큰스님) "그러면, 그 다음날도 또 재판을 벌여야 되겠네?(웃음) 어쨌든 그렇게 큰 사람이 있어요. 즉 사람은 싸울 때 싸우더라도, 싸울 때는 뭐 피를 내고 온갖 질을 하더래도, 딱 싸움이 끝나면, 서부극 봤지, 서부극... 뒤가 깨끗한 기라. 클린 게임이 돼야 돼요. 복싱같은 거 하는 거 보면 어떤 분은 아주 더티한 게임 하는 분이 있어. 공이 울렸는데도 때려 버리는 거라(웃음). 링에서, 끝나서 내려왔는데도 막 야단인 기라. 게임은 링위에서만 하는 거래요. 게임이 끝나면 깨끗하게 신사적이어야 돼요. 아, 악수 척척 하고는 웃으면서 헤어져야 하는데, 두고두고 꽁한 사람이 있는 거래요.
그렇듯이 생각을 끊지 못하고 잡생각을 많이 하고 번뇌망상을 많이 피우는 분이, (공부가) 어렵다는 거라. 싸울 때는 싸우고, 생각할 때는 화끈하게 해 하고, 끝나면 딱, 마음을 쉴 줄을 알아야 돼요. 어쨌든 수행이 뭐다, 마음을 닦는 것이 뭐다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아야 돼요. 어떻게 닦는 것이 닦는 것이다, 제대로 닦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다, 닦는 것은 왜 필요하냐 그걸 확실히 알아야 돼요. 보통 이래 사는 것은, 불지(佛至), 부처의 경지, 근본자성, 근본바탕의 몇 분의 일도 못 사는 거래요. 그래서 어렵고 잘 안되고 힘드는 거래요. 그것을 근본적으로 밝히고 그것을 계발하는 작업이 마음닦는 거래요. 그것은 역사적으로 선인들이 무수하게 한 이야기래요. 공자께서도 이야길 했고 부처님은 물론이고 중국의 수많은 현인들이 우리 불교로 말하면 조사들, 유명한 선지식들이 아주 고구정녕하게 노파심절하게 말씀하신 거래요. 역사는 그런 사람들의 기록이래요. 보통 사람은 역사의 언저리도 못 들어가요. 어쨌든 수행이 왜 필요하다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 그렇게 잘 할려고 애 쓰세요."
관음행) "제가 아니라, 이 사람이(신랑) (오늘 절에 와서)마음자리를 냈는지 어쨌는지 아직 모르겠거든요. 절에 와서 잔 것도 처음인데요, 만약 공부를 하려는 마음이 생겼다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지요?"
큰스님) "우선 불교가 뭔가, 불교를 좀 접해보셨는가?"
관음행 신랑) "군에 있을 때 3개월 정도 말고는(군종병 출신이랍니다)..."
큰스님) "음... 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이고?"
관음행 신랑) "일반 직장입니다."
큰스님) "어떤 직장이요?"
관음행 신랑) "수출입 업무입니다."
큰스님) "그러면, 조계사 주변에 가면 불교에 관한 서적들이 많은데 쉽게 읽을 수 있는 서적들이 많아요. 금강경이나 화엄경 그런 것을 쉽게 다이제스트한 고런 책도 있고 수필도 많아요.(아, 왔는가?- 수련화 들어옴, 삼배) (출장가서) 볼 일은 잘 보시고? (네) 아, 수고했네요.
그, 조계사 주변에 가면 쉽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수필이라든지 묵직한 책을 쉽게 쓴 그런 책들이 많아요. 그런 것을 좀 일단은 좀 접하시지. 지식으로, 불교가 뭔가, 어떤 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인가,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 이런 부처님에 대해서 자상하게 나름대로 즉 책으로써 좀 접해봐요. 그래서 부처님에 대한 매력을 좀 느끼세요. 그러면서 이제 수식관이나 그때 가서 이분에게 좀 맞는 그런 수행법을 한가지를 택해서 책도 보고, 실제 체험하는 그런 공부도 하고 이중으로 겸해가면서 그래 하면 좋아요.
처음부터 바로 하면 수행 자체가 이해도 조금 안 되고 그 자체가 또 부담스러워, 괴롭고. 그건 하고 싶게 해야지, 싫은 것을 마지못해서 하면 별 이익이 없어요. 설사 이익이 있다고 하더래도 이익이 있는 것을 좀 느끼기가 어렵고. 그래서 일단은 이해를 하고 나서 그래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겠어요. 바로 수행을 해야 될 분이 있고, 바로 수행하기가 조금 거리감이 있는 분이 있는데, 일단은 책을 좀 보시고 책에 좀 빠져서 좀 매료를 느끼게 해요. 그런가 하면 불교방송 같은 것을 좀 들어서 교양을 좀 쌓기도 하고. 그래서 지식으로써 일단 기초작업을 좀 해서 그래 서서히 접근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애요. 그런 책들이 많으니까 이런 책 저런 택 좀 많이 사다 놓고 가까운 데 응접실이라든지 잠자는 방이라든지 그렇지 않으면 또 서재라든지 가까운 데 여기저기 두고는 심심할 때 시간 있을 때 언제라도 펴 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좀 가지세요. 그래서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 우선은 좀 느끼고 좀 알고 나서 본격적으로 공부하시면 좋겠어요.
두 분이 일생을 잘 살려면 부부는 일심이고 동체다 그런 말을 하는데, 사실은 일심이 될려면 사고가 같아야 돼요. 같은 방향으로 생각을 해야 돼요. 즉 생각의 뿌리가 같아야 돼요. 생각의 뿌리는 종교심이래요. 종교심이 그만큼 깊이가 있다는 거래요. 그래서 일심이 되고 화목하게 대화가 되고, 부부일수록 꾸준하게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좋을 텐데, 몇 년 살면 대화거리도 없을 거래요, 대화해도 아무 재미도 없고... 그럴려면 새롭게 늘 스스로 계발을 해야 돼요. 진리에 대한 문제, 수행에 대한 문제, 일생동안 꾸준히 할 수 있는 그런 중요한 문제같은 것을 주제로 해서 대화를 좀 많이 하세요. 그런 대화의 주제가 충분히 될 수 있고 평생 울궈 먹어도 다 울궈 먹을 수 없는 것이 불교적인 소재라. 그래서 생각만 가지면 언제라도 대화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 불교적인 깊이라. 그러니까 늘 공부하고 체험해서 서로 대화하고, 모르는 것은 좀 가르쳐 주고 밀거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살아가면 아마 남보다 더 잘 살고 발전된 그런 삶을 살 수가 있을 거래요.
그렇게 하면서 늘 본격적으로 수행해가면서 살면 휠씬 더 유익하지. 나는 책을 좀, 보살들중에서도, 처사들중에서도, 책을 조금 덜 보신 분, 교양이 좀 미흡하다, 좀 갖추지 못했다 싶은 분은 책을 좀 보세요. 책도 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법정스님의 불교 에세이집 같은 거, 그런 에세이집이나 요새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이 많아요."
정우) "예전에 처음 앉을 때는 하루에 30분, 1시간씩만 앉아도 뿌듯했습니다. 요즘 수련화랑 정안사에 방부를 들여 다니고 있는데 그러면서 2, 3시간 앉기도 하는데요, 하다보니 그걸로는 택도 없다는 생각이 또 들고, 왜 이 어려운 걸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설법을 알아듣는 이가 많았지만 요즘은 말법시대라서 근기가 약하다고 하는데 나는 왜 말법 시대에 태어났을까 싶은데요, 그건 지금 시대를 사는 사람들 모두가 같이 쌓은 업, 공업(共業) 때문인가요? "
큰스님) "그걸 그렇게도 볼 수 있지만, 결국은 보살이 복이 없기 때문이라. 미국이나 캐나다같은 데 가면 아주광활하고 자연적인 조건이 좋다고 하대. 그래서 캐나다 같은 데 살다가는 한국에서 살려면 숨이 막힌다고도 하던데, 사실 그런 것도 그 사람들 복이라. 아프리카 같은 데, 그 어렵게 어렵게 사는 분들하고 저 구라파의 잘 사는 분들, 그런 분들하고는 사실 비교가 안되거든. 같은 생을 살지만, 좋은 나라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그런 분하고 후진국에 어렵게 어렵게 사는 그런 분들이 다르듯이, 시대나 장소를 타고나는 것도 결국은 복이라. 그러나 보살은 불교를 만났다, 그래도, 유니텔에 가입하고, 절에 가서 정진을 하는 정도면 아주 복이 많다고 할 수가 있는데, 그런, 복같은 것은 너무 따지 말고, 내가 이제 중요해. 내가 어떻게 사느냐 그것이 중요한데, 아무리 어려운 그런 세상이라도 내가 잘 살면 나름대로 복을 누릴 수가 있는가 하면, 아무리 미국같은 데라도 잘 사는 분은 잘 살지만 못사는 분은 못사는 기라. 그러면 그 자리가 지옥과 다름이 없어요. 그래서 어렵고 괴로울 수 밖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사느냐가 아주 중요한데, 잘 살려고 좀 부단히 노력하고 애를 써서 어쨌든 복을 누리듯이 부처님의 사상을 마음껏 누려서 살아가는데 큰 되게 해요.
저번 날 수련화한테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정진하는 그런 것도, 꼭 하루에 어디 가서 몇 시간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 (수행을)한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느낀다는 그런 생각을 하지 말아요. 그러면 괴로울 수가 있어요. 즉 직장에서 하루 종일 수고하고 어디 가서 몇 시간을 버틴다는 거, 예사로운 일이 아니래요. 그 자체가 고(苦)라, 그 자체가 괴로움이라. 그렇게, 앉더래도 좀 편안하게, 부담없이, 예를 들어서, 예를 들어서 집에 가서 샤워를 싹 하고 잠자리 준비를 다하고 편안하게 앉는 것하고 절에 가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하고는 달라요, 다르지? (네) 고거는 달라요. 그래서 그런 피로감이 계속 쌓이고 쌓이면 육체에 영향이 미쳐요. 그 자체가 큰 괴로움이 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사람이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도 있고 뭐 음식도 제대로 못 먹을 수가 있고, 아침에 일찍, 저녁 늦- 게 왔다가 아침 일- 찍 나오면 그만큼 힘이 드는 기라. 그러면 그 다음날 근무하는 데 지장이 없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 상사에게도 안 좋게 또 보일 수도 있는 기라.
그렇게 쫓기듯이 생활하면 생활의 재미, 행복은, 좀 편하고 여유가 있어야 행복이 와. 너무 급박하고 너무 타이트하면 재미를 몰라요, 즉 기분을 못 느껴, 즉 행복을 못 느껴요. 일단은 육체가 좀 편해야 돼요. 마음도 편하고 육체가 편해야 행복이 와. 아무리 주변에서 나를 잘해 주고 위해준다고 해도 시간에 쫓기듯이 살고 괴롭게 살면 위해주는 것을 몰라. 위함 그 자체도 내게 별로 유익함이 없어져요. 일단 시간적으로 어쨌든 좀 여유가 있어야 돼요. 그런가 하면 육체적으로도 좀 편안해야 되고. 그래서 참선하는 것도, 수식관하는 것도 하루 종일 수고하고 집에 들어와서 샤워 싹 하면 기분 좋잖아? 그런 상태에서 조용한 내 방에 이부자리 펴놓고 달랑 앉아 있으면 고 자리가 극락이라(웃음). 그런데, 절에 가면 마치 구석진 곳에 눈치 봐가면서 들어가야 되는 기라(웃음). 그거부터가 고(苦)의 시작이라. 그래 하루 종일 근무했기 때문에 괴로운 기라. 앉으면 졸기 십상이지. 안 존다면 뭐 거짓말이지(웃음). 억지로 흉내내듯이 한 2시간 채울려면 괴로운 기라. 그거는 뭐 몸이 아무리 장사라도 그래. 그래 일어나면, 집에 갈려고 하면 막 가기도 싫을 때고 있을 테고, 비가 오고 하면 뭐 만사 귀찮은 기라. 그래 집에 가서는 그냥 지치듯이 쓰러져 버리는 기라. 뭐 세수도 잘 못하고 샤워같은 거도 못하고 그냥 쓰러질 때도 있을 기라. 아침에 일어나면 찌부둥한 기라, 괴로운 기라. 밥 먹으라고 깨워도 뭐 싫은 기라. 게으름 피다가 대충 챙겨서 나오면, 자, 아침도 안 먹었지, 몸도 찌부둥하지, 기분도 안 좋은 상태에서 출근해봐, 일이 제대로 되는가.
상사들이 볼 때는 고런 분은 잘 보거든(웃음). 그러니 일이 계속 잘 안될 수도 있고 일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기라. 그러면 일에 아무 흥미가 없어. 일도 여유있게 힘이 좀 남아 돌아서, 하고 싶게, 신이 나도록 해야 돼. 그래 안 하면 일이 제대로 안돼요. 그러면 일이 잘 안될 수 밖에. 점심때쯤 돼서 점심 먹으면 점심은 꿀 같지, 그러나 먹고 나면 또 식곤증이 오는 기라. 그래서 오후 근무하는 데도 지장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상태에서 또 늦게까지 근무하다가 또 부리나게 절로 가는 기라(웃음)."
정우) "아닌 게 아니라, 정안사 선방 입방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퇴근해서 그 시간 맞출려면 가끔 저녁을 거르기도 하는데, 요즘 자리에 들려면 좀 어지럽습니다(웃음)."
큰스님) "그래서 공부도 아주 중요하지만, 어쨌든 공부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돼. 그래서 저번에 수련화한테 그랬는데, 꼭 절에서만 하는 게 아니야, 집에서도 잘만 하면 돼. 꿩 잡는 게 매라. 그렇듯이 집에 가서 조금 더 일찍 퇴근해서 샤워라도 하고 기분좋게 앉아서 그래 하면 의외로 잘 되는 기라. 꼭 뭐 법당에 가서 기도를 해야 되고 절에 가서 참선을 해야 잘 되는 것은 아니거든. 그런 것도 이제 좀 지혜롭게, 자신을 좀 다스려가면서 적당하게 고래 하면 훨씬 유익할 수도 있어요. 때로는, 안될 때는 그렇게라도 해야(절에 가야) 직성이 풀릴 때도 있어. 그러나 그런 것을 적당하게, 자기가 알아서 다스려야, 몸도 좀 편하고, 하는 기분도 느끼고 피로도 좀 풀어주고, 아침에 일어나면 좀 기분도 좋고... 여러 가지 상황을 봐서 가장 알맞는 그런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가요. 그게 지혜라. 아주 대단한 분은 막, 마구 도전하듯이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분은 드물어요.
나폴레옹같은 분은 그랬다고 하대, 계속 도전했는 기라, 좌충우돌이라, 잠시도 가만 있질 않앴는 거라, 그래 사니까 단명한 기라. 뭐 크게 일구긴 했지만 단명할 수 밖에 없어. 보통 사람은 그렇게 못해. 좀 쉬어주고 좀 여유를 가져야 돼. 안그러면 제대로 하기가 좀 어려워. 그래서, 쉬어주는 한 방법이기도 해, 참선은. 쉬어주는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남보다 출중한 그런 지혜가 계발이 돼서, 혹은 능력이 계발이 돼서 즉 적은 시간에 조금만 애를 써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선(禪)이래요. 선은 뭐 잘만 활용하면 이건 아주 천금의 가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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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계순님의 댓글
권계순 작성일법문이 저의 마음에 세롭게 와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