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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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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uddha12 작성일05-10-09 02:38 조회3,473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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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를 다녀오는 길입니다.


대개의 공연물은 하나의 설정된 상황을 보게됩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귀가 곤두서고 눈은 사물을 따르고 오감이 보여지는 대로 반응합니다. 나와 주파수가 맞는다면 뭔가를 얻어갈 수도 있고 아님 그냥 시간죽이기가 될 수도 있고.....


리마리오가 나오고 저번엔 양동근이 했다더라 ,뭐 욕도 하고 물도 끼얻는 다더라. 이런 정보를 들은체 저는 나를 잊고 보여질 연극에 투신할 준비가 되었는데..


이 연극은 '너를 잃지마 . 너를 바라봐. '그러며 나를 내동댕이 칩니다. 오직 언어로써


음절과 음절을 끊고 논문에나 쓸 법한 표현들은 낯설고 어색했는데


지금 이 공간에선 관객. 너희가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왔던 과정들을 돌아보게 하고,껍질에 쌓인 나를 바라보게 하고,연극을 보러오기전의 관객들의 다양함을 표현하고,지금 극을 대하는 관객의 심리를 표현하는 듯 하더니 어느새 위빠사나 수행처럼 나를 바라보게 하고 있었습니다.


연극을 통해 수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어는 속사포같았으나 고요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그 고요함은 냅다 끼얹은 물 한동이로 사라지고


그 끼얹은 물은 업풍같았습니다. 배우들이 관객들을 향해 쏟아붇는 욕을 들으며 표현이 재밌어 웃다 나는 그 욕들이 나를 향해있음을 알았습니다.


그 모든 욕들속에 자리잡은 8만 4천가지의 나로 인해 부끄러웠고 스멀스멀 화도 나기 시작했습니다.


내 얼굴은 굳어진 채 그 쏟아지는 융단폭격같은 욕속에서 나는 나를 방어하듯 외치고 있었습니다.


`8만 4천가지 욕으로 표현되는 나도 나인데 어쩌라고'


단지 무대위에서만 난무하는 욕일땐 싸움구경하듯 바라보며 웃는 여유를 부리더니


화살방향이 내게 향함을 인식한 찰나 전 바로 핏대세우는 절 보게된거죠


우수웠습니다. 이 조화속을 펼치는 내가 .


넓기론 온 우주를 품고 좁기론 바늘 꽂을 구멍도 없다더니


알 수 없는 이 마음 더욱 알고 싶어집니다.


강하게 얻어맞은 펀치처럼 그 얼얼함을 내 몸과 마음이 기억합니다.


현실에선 욕조차 내뱉지 못하고 사람 좋은 척 행세하는 나에게


그 모독은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왜 일까요?



댓글목록

parava님의 댓글

parava 작성일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글을 읽고 있자니 참고 또 참아야 겠네요. 몸을 절제하고 말을 삼가며/  그 마음을 거두어 지켜/  성내지 말고 도를 행하라./  욕(辱)을 참는 것 가장 강하느니라. -    법구경 분노품 에서  -             

보덕행님의 댓글

보덕행 작성일

성철스님의 '자기를 바로 보라'는 말씀이 생각나네요... 나를 바로 알기가 제일 어려운만큼 아상도 두텁기 마련이라서, 내게 쏟아지는 비난(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이유들로)을 눈뜨고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좋은 경험하셨네요^^ 관객모독, 저도 보고싶어지네요.

ksana님의 댓글

ksana 작성일

이르시기를 '삼라만상 두두물물 모두가 스승 아님이 없다'고 하셨으니 그렇다면 관객모독의  모든 분들도 다 훌륭한 스승님이 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