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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娘娘紙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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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석규 작성일13-02-05 15:48 조회3,286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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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한푼두푼 돈나물 쑥쑥뽑아 나새이
이개저개 진챙이 잡아뜯어 콩따대
오용조용 말메물 휘휘둘러 물레등
길에가면 질갱이 골에가면 고사리


민요의 한 구절이다. 어느 지방 민요인지, 정확하게 옮겼는지도 모르나
여기에 '나새이'와 '콩따대'는 냉이와 꽃다지로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냉이는 십자화과 식물로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가지각색이다.
나새이, 나생이, 나싱개, 나숭개, 내이, 나이, 나상구, 나생구, 납새기
납가새, 양근초(羊筋草), 역생초(譯生草), 낭낭지갑(娘娘紙匣)......
이름도 참 많다.

봉화지방에서는 주로 '나새이' 또는 '나이' 라고 부른다.
"나새이(나이) 뜨드로 가자."

한방에서는 냉이를 제채(薺菜)라 하여
이뇨, 지혈, 해독 등에 효능이 있어서 당뇨, 소변불리, 토혈, 월경불순
산후출혈, 안질 등에 처방을 하기도 한다.

특히 야채 중에서 단백질이 가장 많고, 비타민과 철분 칼슘이 풍부하여
땅기운과 봄기운이 응축된 이른 봄 제철에 향으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

이름 중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낭낭지갑' 이다.
냉이는 두해살이풀이다.
길섶이나 밭이나 둔덕에서 엄동설한에 거무죽죽한 잎과 뿌리로만 살다가
양지바른 곳에서부터 잎에는 초록 기운이 돌면서 연초록 새싹이 난다.

이른 봄, 더러 운이 좋은 놈들은 봄처녀 나물바구니에 기다린 듯 담겨
시골 어느 집 국솥에 향긋한 몸을 풀기도 하지만, 거의 그 자리에서
한 해 또는 길어야 두 해를 더 산다.

입하 소한 무렵이면 봄이 저문다.
이때부터 봄처녀를 그리는 섬머슴처럼
제법 긴 목을 뽑아 희색의 꽃을 피운다 하여 '봄처녀'란 꽃말도 가졌다.

이 무렵, 꽃대 아래부터 일찍 핀 꽃들은 씨방을 달기 시작하지만
꽃이나 씨방은 너무 볼품이 없어서 지나는 사람들의 무심한 눈길 한 번
받지 못하고 저 혼자서 피고 진다.

그 작은 씨방 하나를 유심히 눈겨여보라.
어찌 보면 세모꼴, 어찌 보면 하트 모양 같기도 하다.
그 씨방 안에는 까맣고 반짝이는 작은 씨알이 들어 있다.
마치 작은 주머니 속에 구슬이 소복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그냥 '낭지갑(娘紙匣)'이라고 부르면 될 것을
왜 하필 娘자를 겹으로 써서 낭낭지갑(娘娘紙匣)이라고 했을까?

그 옛날 어느 시인이 지었을까?
아니면, 어느 냉이꽃 핀 길섶에 무심히 쉬어 가던 길손이 지은 이름일까?

낭낭지갑(娘娘紙匣)
나물 캐는 봄처녀들 색동주머니'라고 이름을 만들어 보지만
역시 낭낭지갑보다는 덜 아름답다.

댓글목록

영영님의 댓글

영영 작성일

우리에게 친숙한 나물이군요.
예쁜 이름과 더불어
아직 멀리 있는 따스한
봄을 느껴 본답니다.

지금은 나물들이 건강식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연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였지요.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같이 하여온
우리 산천 곳곳의 나물들을
생각하여 본답니다.^^

반야월님의 댓글

반야월 작성일

봄나물 이야기가 나오니 봄이 온것 같은
착각이 드는군요.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봄에는 쑥캐는 재미도 있는데 올봄에
그런 기회가 올런지 모르겠네요.
쑥캐는걸 좋아하는데 많이 해보지는 않았어요.

마하심님의 댓글

마하심 작성일

나새이 뜨드로,낭낭지갑..참 친숙한 말들입니다.^^
김선생님,올봄에는 보살님과 나새이 뜨더서 저도 좀 주세요?ㅎㅎ
감사합니다.날마다 좋은 날 되십시오._()_

보현수님의 댓글

보현수 작성일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감가는 단어들...^^*

반야월님 말씀처럼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김선생님 감사 합니다

반야월님의 댓글

반야월 작성일

올봄에는 제가 시간을 좀 투자해서 축서사 대중들에게
쪼끔이라도 쑥국이나 쑥떡을 맛보게 해드리기 위해
쑥 뜯을 만반의 마음자세를 가지고 있답니다.
쑥이 빨리 땅위로 성큼성큼 많이 솟아나길 고대하고 있네요.
쉬는 날을 투자해서 쑥캐는 처녀아낙이 되어 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