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   종무행정   >   계간지   >   최근호및지난호

최근호및지난호

선인선과(善因善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축서사 작성일10-06-06 10:46 조회2,786회 댓글0건

본문

 

 

선인선과(善因善果)

곽영희_서울

 

 

2010년 4월 변덕스러운 봄 날씨가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어느 날 나는 봉화 축서사로 향하고 있었다. 평소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도반 김인숙 보살과 김동규 세무사님과 함께 가는 내내 그동안 자주 찾지 못한 안타까움과 아쉬움,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함께 할 평안 등을 생각하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2년 전의 인연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갔다.

2008년 가을 어느 날, 도반 김인숙 보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여 큰스님이 계신 축서사로 가자는 전화였다. 서울에서 워낙 먼 거리라 망설임도 있었지만, 우리 도반을 참선으로 이끌어주신 이정호 세무사님과 동행하시는 김동규 세무사님, 이렇게 우리 일행은 축서사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여행하는 기분으로 조계사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처음 찾은 축서사는 내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으로 들어가면서 마주한 축서사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탄 그 자체였다. 한폭의 산수화와 어머니의 품 같은 축서사를 만난 것이다. 도대체 어떤 큰스님께서 이 자리에 터를 잡으시고, 이렇게 근사한 절을 지으셨을까? 큰스님의 모습이 궁금해지고 만나보고 싶어졌다.

저녁 공양을 마치고 철야 참선을 하게 되었다. 철야정진하고 아침을 맞이할 때 내 몸은 축서사의 맑은 기운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리고 맞이한 큰스님과의 대화시간, 떨리는 이 마음은 무엇일까? 이렇게 가까이서 큰스님을 대면하고 있는 이 순간이 꿈인가, 생시인가. 우리나라에 살아계시는 몇 분 안 되는 선승 중의 선승이신 그분을 지금 내 앞에서 뵙고 있다니……. 웃으시는 모습이 온화하시고 포근하시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큰스님의 모습은 고고한 한 마리의 학을 연상케 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의 평안과 안심이 자리하는 것을 느꼈다. 고통과 고뇌를 아무 말 없이 포근히 감싸 안아주시는 큰스님과의 만남은 벅찬 감동이었다. 짧은 만남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우리 일행은 몸을 실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시작한 인연들이 이어져 지금 현재 이렇게 화창한 봄날을 맞이하여 또 다시 축서사를 향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기다려 좋은 사람들과 길을 나서니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와 들꽃들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오랜만에 축서사에 가는 길을 자연도 반겨주는 것 같다.

드디어 축서사에 도착했다. 큰스님을 친견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우리 일행한테 주어져서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실 큰스님을 생각하니 송구스럽고 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할애해 주시는데 아직 공부가 미진한 내 모습을 생각하니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세월은 가고 시간도 가고 인생도 가고 우리 무여 큰스님도 연세가 더 들어가시겠지. 어찌 할꼬, 어찌 할꼬…….

세상 사는 법을 따르니 법이 소홀해지고 법을 따르자니 세상 사는 법이 소홀해지고, 그래서 우리는 중생인가 보다.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과 행동과 말과 뜻이 서로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실한 삶인가? 잘 사는 삶인가? 그것은 참선밖에, 도를 닦는 것밖에 없다고 하신 큰스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바쁠수록, 현대인일수록 더욱더 도를 닦아야 한다고 하신 큰스님 말씀을 언제쯤 깨칠 수 있을까?

인생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이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축서사와 인연을 맺은 것도 그렇다. 그리고 그 귀한 길에는 나의 친구이자 도반인 김인숙 보살이 언제나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인연이라는 말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말을 조금은 알 듯하다. 인연이라는 두 글자에는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고, 그 뜻 속에 무한한 실타래처럼 엮이는 인연이 있으리라.

좋은 인연은 좋은 곳으로, 나쁜 인연은 나쁜 곳으로 이끌어준다는 것을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가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이 엄정한 현실 앞에서 부처님과 불보살님과 일체 인연 있는 분들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나는 다시 일상의 탈출을 꿈꿀 것이다. 축서사에 무여 큰스님이 계시는 동안은 영원히…….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