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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웠던 스승의 모습을 기리며 만든 두부소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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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10-02-25 14:59 조회2,8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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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웠던 스승의 모습을 기리며 만든 두부소박이

 

홍승스님_사찰음식연구회

 

경인년이 밝았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눈이 많이 내려서 피해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새해벽두에 내리는 눈은 서설이라 하였으니 2010년 한 해는 모든 이들이 새하얀 눈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듯 싶습니다.

새해 인사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 있습니다. 복을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복은 받는 것이 아닌데 말이죠. 복은 짓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선업을 쌓아 복을 지어야만 그 쌓아 놓은 복이 다시 내게로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해 인사로 맞는 말은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가 되겠지요.

특히나 올해는 호랑이 띠입니다. 호랑이는 예전부터 용맹의 상징입니다. 2010년 용맹한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어려운 경제상황도 극복하고 원하시는 일들 모두 잘 되셨으면 합니다.

호랑이 해가 되니 예전 은사스님이 생각납니다. 제 은사스님께서는 팔공산호랑이라는 별명이 있으셨습니다. 성품도 강직하시고 엄격하셨지만 그런 별명을 얻은 이유가 있었지요.

저희 은사스님이 탁발을 해가면서 어려운 불사를 진행하시던 때 바로 절 밑에서 툭하면 무속인들이 굿을 했다고 합니다. 신성한 불사를 하는데 꽹과리 소리 장구 소리에 마음이 심란하셨답니다.

그래서 하루는 궁리 끝에 한 밤중에 조그만 후레쉬 두 개를 들고 굿하는 곳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회를 보다가 불을 껐다 켰다 하면서 어흥어흥 하고 호랑이 우는 소리를 내셨다고 합니다.

그때만 해도 전기도 안들어 올 때니 밤이면 촛불에 의지하여 굿을 하던 때였으므로 칠흑 같이 어두운 한 밤중에 불을 껌뻑거리는 것이 호랑이가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것으로 보였겠지요. 놀란 무속인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을 갔더랍니다.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아 내려가 보니 돼지머리에다 각종 과일에다 한 상차림 그대로 두고 도망을 갔더랍니다.

그 이후로 팔공산에 진짜 호랑이가 나온다는 소문이 돌아서 무속인들이 안 올라 왔다고 합니다. 그 소문이 나서 저희 은사스님은 팔공산 호랑이로 불리우게 되셨지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은사스님의 현명함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가끔 은사스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특히나 좋아하셨던 음식을 보면 지금도 가끔 입가에 미소가 그려집니다. 워낙 드시는 걸 좋아하셨던 터라 노후에 당뇨가 있으셨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사시다가 가셨습니다.

병이 있더라도 그 병을 어떻게 다스리냐에 따라서 극복할 수 있습니다. 병을 다스리는 것은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음식이 약입니다. 아플 때일수록 음식은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약이라는 생각으로 드셔야 합니다. 그렇게만 하신다면 어떤 병이라도 다스릴 수 있을 것입니다. 2010년 모두 건강하시고 복 많이 지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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