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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시절의 풋풋한 열정을 떠올리게 하는 감자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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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9-11-15 10:18 조회3,3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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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시절의 풋풋한 열정을 떠올리게 하는 감자부각

 

홍승스님 사찰음식연구회

 

 

 

 

  항상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겨울이 다가오면 오래전 행자 시절이 생각납니다.

대구 팔공산 부도암에서 시작한 행자생활 5일째 되는 날 얘깁니다. 제가 출가한 계절이 10월 중순입니다. 때가 가을인지라 겨우내 먹을 저장식품 장만하느라 분주한 때였습니다. 원주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루 날 잡아서 감자 부각을 하기로 했다고 하셨습니다. 감자부각이 뭔지, 저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이라 생소하였지요.

그날 배운 감자부각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하루 전날 껍질 깍은 감자를 먼저 종이장처럼 얇게 썰어서 하룻밤 정도 물을 갈아가며 담가 녹말성분을 뺍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큰솥에 불을 때어 물이 끊기 시작하면 소금을 넣고 감자를 대소쿠리째 끓는 물에 담가 살짝 익힙니다. 이것을 햇볕 좋은 마당에 평상이나 대나무 발을 펴고 하루 내내 땡볕에 말려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바짝 마른 감자부각은 먹을 때마다 기름에 살짝 튀기면 겨우내 스님들 간식으로는 아주 그만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감자부각이 어려운 것은, 지금이야 채칼들이 잘 나와서 채칼로 썰면 되지만 제가 출가할 때만 해도 채칼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솜씨 좋은 손맛으로 썰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때 대중이 40여명 됐는데 그나마 칼질에 자신 있는 스님들이 나와서 솜씨 자랑을 했지만 원주스님에 의해서 다 퇴짜를 맞고 행자생활 5일째 되는 저에게 차례가 왔습니다. 나름 칼질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어려운 줄도 모르고 달려들었고 결과는 40여 명 스님들 중에 저까지 포함해서 3명의 대중이 합격을 하였지요. 스님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서 손이 부르트는 줄 모르고 칼질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도 가을 볕만 보면 ‘아, 감자부각 할 때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하루 날 잡아서 감자부각을 해볼까 합니다. 이렇게 만든 감자부각이야말로 유전자조작 기름과 감자로 만드는 과자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맛이지요.

몸에 좋은 음식은 손이 많이 갑니다.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은 그 손질하는 마음에 정성이 들어간다는 얘기와 같은 것입니다. 아무리 비싼 재료와 좋은 솜씨로 음식을 한다 하더라도 그 손길에 마음이 들어 있지 않으면 그 음식은 몸에 좋은 음식이 아닙니다.

조금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정성이 들어간 손질로 음식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만큼 큰 행복이 있을까요?

 

 

 

감자 부각

 

* 재료 - 감자 (하고 싶은 만큼), 소금

 

 

 

* 만드는 법

1. 감자는 껍질을 벗겨 채칼로 얇게 밀어서 물에 담가 녹말기를 뺀다.

2. 녹말이 빠진 감자를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3. 채반에 널어 앞뒤를 뒤집어 가면서 바짝 말린다.

4. 먹을 만큼만 기름에 튀겨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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