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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이 곧 바른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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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09-04-28 15:39 조회3,0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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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심이 곧 바른 깨달음

이광세 법사

9. 一微塵中含十方(일미진중함시방)

하나의 티끌이 시방세계(十方世界)를 머금었다.

화엄에서 나투는 부처님의 세계는 티끌 먼지 하나에서부터 온 우주 전체에 이르기까지 대소장단(大小長短)으로 드러난다. 바람 한 점 이는 것도 우주의 모든 움직임이며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도 우주를 관통하는 비로자나 불의 법음이다. 모든 법계는 법성(法性)이 온전히 드러난 모습이다.

 

10. 一切塵中亦如是(일체진중역여시)

또한 일체(一切)의 티끌 속도 다시 그러하다.

오늘날 현대문명(現代文明)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사람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빛과 소리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이는 작은 하나의 티끌 속에 우주가 담겨져 있다는 뜻 그대로인데, 의상스님은 이미 1,400년 전에 이를 깨우쳐 주셨다.

무명에서 나온 한 생각이 온 법계를 무명으로 만들며, 진여(眞如)의 빈 생각 역시 온 법계에 영향을 미친다. 무명의 현존과 진여의 현존은 공성에 비추어 보면 완전히 같은 것으로 삶의 모든 곳, 곧 몸과 마음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서 늘 같이 한다. 따라서 무상의 흐름을 분명히 아는 깨어 있는 마음이 곧 법계를 이루는 것이다. 바로 이때 티끌 하나에도 총체적 우주의 빛인 비로자나불이 자리하는 것이다.

 

11. 無量遠劫卽一念(무량원겁즉일념)

끝이 없는 시간이 곧 한 생각이요, 길고 긴 오랜 세월이 곧 찰나이다.

무한한 시간겁(時間劫)이 한 생각에 나타나고, 한 생각에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을 초월한 겁(劫)이 나타난다. 삼세(三世)의 제불(諸佛)이 초발심(初發心)에서 무상정등각을 이루기까지의 역사는 지금 이 순간을 떠나 있는 것이 아니다. 찰나가 곧 무량겁이요, 무량겁이 곧 찰나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속성상 삼매로 사는 사람은 현재의 한 순간을 철저히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삼세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살고 있고, 아울러 한 공간을 차지하고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온 우주를 넘나들며 살고 있다.

 

12. 一念卽是無量劫(일념즉시무량겁)

한 생각이 곧 한량 없는 겁이다.

찰나의 한 생각이 끝 없는 긴 겁이다. 그 한 생각이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는 것은 부동(不動)의 진리를 깨달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하나의 생각이 부질없는 명예와 탐욕에 오염(汚染)되면 시공(時空)을 초월한 원겁(遠劫)의 인과(因果)를 알 수 없게 된다. 이는 마치 맑은 물에서는 물체가 선명하게 보이지만 흙탕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중생의 업이 수행에 따라 지혜로 전환되어 진여공성에서 나투는 시간의 무자성을 여실히 알아차릴 때 마음에 일어나는 한 순간의 시간이 무량한 시간이 된다. 따라서 업(業)을 소멸하는 수행을 통해 지혜를 얻어 진여(眞如) 공성(空性)에서 나오는 시간의 무자성(無自性)을 확실히 알아차린다면 한순간의 시간이 무량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을 것이다.

 

13. 九世十世互相卽(구세십세호상즉)

구세(九世)와 십세(十世)가 서로서로 섞였으나 섞이되 서로 같다.

과거의 과거, 과거의 현재, 과거의 미래, 현재의 과거, 현재의 현재, 현재의 미래, 미래의 과거, 미래의 현재, 미래의 미래, 이 아홉 개의 세상과 현재의 일념이 합쳐 열 개의 세상, 곧 십세(十世 )가 된다. 이는 어떤 하나의 시간이 나머지 시간을 대표한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그대로 열 개의 세상의 시간이 된다는 뜻이다.

연기의 장은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연기의 장이라는 총상에서 낱낱이고, 이 낱낱이 그대로 연기의 장인 데서만 서로를 살린다. 따라서 십세의 낱낱도 시간을 이루는 전체 연기의 장에서만 십세를 이야기할 수 있을 뿐, 연기의 장을 떠난 자신의 실체로 환원할 수 있는 시간은 없다. 곧, 하나는 그대로 온 우주의 얼굴이며, 온 우주는 그대로 하나의 얼굴이다.

 

14. 仍不雜亂隔別成(잉불잡란격별성)

완전히 섞이지 않고 따로따로 이루어지나니 하나하나 제 모습을 이룬다.

모래알처럼 많은 만물(萬物) 중에 서로 얽히지 않고 섞이지도 않고 모두 제각기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새는 공중으로, 물고기는 물속으로, 굼벵이는 땅속으로 각기 가는 길이 다르다. 잉꼬부부도 영원히 같이 살고 싶지만 다시 인연을 맺을 수 없듯 만물은 그저 인연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인연의 조건에 따라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하면 독립된 개별자로서 실체가 없기 때문에 각자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뒤섞여 혼란스러울 것 같지만 주변과의 인연관계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다.

 

15. 初發心時便正覺(초발심시변정각)

처음 발심할 때야말로 바른 깨달음을 이룰 수 있다.

처음 발심했을 때가 바로 부동(不動)의 순간이며 탐욕에 물들지 않은 참마음이다. 이 마음이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청정한 마음이니 더 이상 오염시키지 말고 꾸준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화엄은 깨달음을 향한 첫마음부터 부처님에 이르기까지를 52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단계마다 제 모습을 가지고 있되 그 모습 그대로 전체가 되는 것이 화엄의 연기세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깨달음을 향한 처음 마음이 정각이며 깨달음에 대한 마음을 처음 낼 때부터 완전한 부처님의 깨달음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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