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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받을 만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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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11-21 15:35 조회3,1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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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받을 만한 일

 

비사리성에서 사위국 장자의 집으로 시집온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어느 날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시어머니와 싸우고 친정인 비사리로 돌아가던 도중 마침 아나율 존자를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장자는 아내가 보이지 않자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아내는 어디 갔습니까?”

“나와 싸우고 집을 나갔다. 어디로 갔는지 집을 나간 여자를 내가 어떻게 알겠느냐?”

장자는 아내가 틀림없이 친정으로 가리라는 생각에 비사리로 향했다. 그런데 한참 가다 보니 저만치 걸어가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내는 젊고 잘생긴 사문과 정답게 얘기하며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는 심한 질투심을 누르지 못하고 아나율 존자를 향해 말했다.

“너는 수행하는 사문의 몸으로 어떻게 남의 아내를 데리고 도망칠 수 있느냐?”

“장자여, 천만의 말씀이요, 우리는 비사리성까지 우연히 같은 방향이라 동행하고 있을 따름이오.”

“무슨 소리냐, 너는 지금 내 아내를 데리고 가고 있지 않느냐?”

그러자 이번에는 장자의 아내가 말했다.

“그건 당신의 오해입니다. 나는 이 존자님과 마치 오누이처럼 여행했을 뿐이오. 아무런 의심 받을 까닭이 없습니다.”

아내의 말을 듣자, 장자는 오히려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사내는 너를 데리고 도망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너도 그런 변명을 하는 것이다.”

장자는 아나율 존자를 마구 때려 길바닥에 내팽개쳤다. 숨이 끊어질 듯하던 아나율은 겨우 정신을 되찾은 후, 풀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화광삼매에 들었다. 장자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아나율 존자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

“이 존자가 삼매에서 일어나면, 나는 엎드려 빌고 예배드린 다음, 참회하여 용서받으리라.”

잠시 후 아나율은 삼매에서 깨어났다. 그는 아나율의 발아래 엎드려 자신의 죄를 참회했다.

“존자님, 바라옵건대 저의 참회를 받아주십시오.”

아나율은 그의 참회를 받고 그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했다. 그 말을 듣는 장자의 마음 속엔 기쁜 믿음이 일어났다. 아나율은 비사리로 돌아와 이 일을 자랑삼아 다른 수행자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어떤 사문은 아나율을 꾸짖었다.

“대체 아나율은 무엇 때문에 남의 아내인 여인과 동행을 했다는 말인가?” 이런 수군거림을 부처님께서 살펴 아셨다. 부처님은 아나율로부터 그 일의 경위를 들으셨다. 그리고는 다음부터는 어떤 경우라도 부녀자와 먼 길을 동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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