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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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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서사 작성일12-06-10 07:26 조회4,1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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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여스님

 

종교는 달리 말하면 행(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불자들은 꼭 수행을 해야 합니다. '수행을 한다, 도를 닦는다, 마음공부를 한다, 참선을 한다'는 등 여러 가지로 표현을 하지만, 모두가 '마음을 닦는다'는 뜻입니다.

흔히들 마음은 태허공(太虛空) 같다고 합니다. 곧 텅빈 허공과 같다고 합니다. 마음은 허공과 같다는 것입니다. 형체도 없고 모양도 없습니다. 마음은 물체가 아니므로 물체를 닦듯이 닦을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형체가 없는 이 마음을 어떻게 닦아야 하는 것인가? 이 미혹중생의 때 묻은 마음을 어떻게 닦아야 마음을 올바로 닦는 것이 되는가? 그것은 마음을 맑게하는 것입니다. 흐리고 탁해져 있는 중생의 마음! 그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마음을 닦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이 흐리고 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번뇌망상 때문입니다. 중생들은 세세생생을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인연으로 얽히고 설켜 탐진치 삼독심을 일으키게 됩니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여러 마음들이 번뇌망상을 치성하게 하고 막 들끓게 하는 것입니다.

이 흐려지고 탁해진 마음을 바르고 맑게 하는 것을 '마음 닦는다'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마음을 닦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마음을 쉬는 것입니다. 번뇌망상의 마음을 놓는 것이고, 번뇌망상의 마음을 비우는 것입니다. 마음을 비운다, 마음을 쉰다, 마음을 놓는다는 것은 다 같은 말입니다.

 

이는 일체 생각을 하지 않고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곧 번뇌망상 때문에 이 마음이 탁하고 흐려져 있으므로 생각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번뇌망상으로 인해 흐려지고 탁해진 마음은 마치 파도치는 바다와 같습니다. 남해안이나 동해안에 집채만한 파도가 밀려올 때면 온 바다 밑의 더러운 것들이 전부 소용돌이를 쳐서 바닷물이 탁해집니다. 이때는 바로 1m 아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맑아지고 바다가 잔잔해지고 고요해지면 바다 밑이 아주 깨끗하게 잘 보입니다. 10m 아래까지도 깨끗하게 보입니다.

또 비유하자면 장마철에 계속 흐리고 비가 오다가 어느 때 어느 곳에는 햇빛이 반짝 나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늘 번뇌망상이 잔뜩 치성하다 가도 어떤 순간 그치는 수가 있습니다.

번뇌망상이 뚝 끊어진 자리, 그 자리가 부처 자리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공부를 하거나 불교적인 분위기에서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 자체가 놓여지고 마음이 쉬어지게 됩니다.

우리 마음도 번뇌망상을 피우지 않고 고요해지면 맑아 집니다. 마음이 맑아지면 안락해집니다. 마음만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몸까지도 편안해집니다. 편안하기만한 것이 아니라 즐겁기까지 합니다. 기쁘다고 할 수도 있고 즐겁다고도 할 수 있는 오묘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을 흔히들 '법열(法悅)'이라고 하는데, 법에서 느끼는 그 기쁨이라는 것은 삶의 진정한 행복이 됩니다.

법열을 느껴보지 못하고 체험하지 못하면 반쪽 인생 밖에 못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아주 맑아져 안락을 느끼는 그런 상태가 되면 큰 병이 아닌 사소한 병이나 괴로움은 저절로 낫게 됩니다. 참선, 염불, 수행을 잘 하면 건강은 저절로 좋아집니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말고 더욱 깊게 들어가면 더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는 선정의 경지, 삼매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맑고 밝은 상태가 되면 자연스럽게 행동까지 거룩해집니다. 부처님쪽으로 차츰 차츰 가까워지며, 거룩하고 존경스럽고 훌륭한 모습이 저절로 드러나게 됩니다.

일반 불자들이 이 경지에 이르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맑고 향기 나는 그런 사람이 되리라'고 하면서, 부단히 노력하고 애쓰는 생활이 진정한 불자로 가는 길이 됨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게시물은 가람지기님에 의해 2017-03-02 09:15:51 금주의 법문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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